“유커 맞이할 직원 뽑아요”… 관광업계 인력 확보 ‘발등의 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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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코로나에 인력풀 좁아져
채용 공고 내도 지원자 크게 부족
‘패키지 여행’ 감소 등 트렌드 변화
고물가에 유커 효과 기대 밑돌수도

1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7년 이후 6년 만에 한국
 단체 관광을 전면 허용하며 여행·호텔·면세·항공 등 관련 업계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遊客·유커)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1
1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7년 이후 6년 만에 한국 단체 관광을 전면 허용하며 여행·호텔·면세·항공 등 관련 업계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遊客·유커)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1
롯데관광개발은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에서 근무할 직원 채용에 나섰다. 채용 규모는 400명으로 현재 직원(600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인원을 추가로 뽑는 것. 중국인 단체 관광객(遊客·유커)이 한국으로 몰려들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리조트 내 식음료 매장 주문 시스템도 중국어(간체자와 번체자), 영어, 일본어 등 4개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바꿨다.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하자 관광업계에서 유커를 응대할 인력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광업계 인력풀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유커가 과거만큼 한국행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유커 효과’가 예상을 밑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유커’ 상대할 베테랑 가이드 구해라”
6년 5개월 만에 유커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호텔, 면세, 화장품 등 관련 업계는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기에 국내 관광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종사자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이 상황에서 유커가 돌아온다고 하자 아무리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호텔 인력 부족 현황’에 따르면 국내 호텔의 직원 수는 필요 인력 대비 16.8%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개점을 앞둔 인천 영종도의 대형 카지노 리조트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관광업 관련 인력을 빨아들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커를 전담할 관광통역안내사(가이드) 수급도 어렵다. 조선족이 대부분인 가이드들은 코로나19 확산기에 여행사가 폐업하면서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보따리상(다이궁)으로 전직한 경우가 많다. 관광진흥법 제38조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자는 관광통역안내의 자격을 가진 사람을 관광안내에 종사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자격증은 물론이고, 관광 프로그램을 문제없이 원활하게 진행할 베테랑이 필수”라고 말했다.

면세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은 물론이고 당장 팔 물건도 부족한 상황이다. 패션 상품의 경우 보통 1년 앞을 내다보고 발주하기 때문이다.

● 유커 효과 기대 밑돌 수도… 관광 트렌드 바뀌어
국내 관광업계가 유커 특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한국행에 나설 유커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중국 내 혐한 분위기와 중국 정부가 예고 없이 단체 관광을 차단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2017년 3월 ‘한한령’으로 한국 단체 관광이 금지된 이후 중국인들의 여행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중국인 단체 관광은 항공과 숙박은 싸게 하는 대신 쇼핑을 주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6년 사이 중국인도 개별 관광을 통해 한국을 경험하고 여행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쇼핑 위주 패키지 여행을 과거만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게 여행업계의 전언이다. 한국 관광지 물가가 많이 오른 데다 위안화까지 약세여서 관광 물가 부담이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한국 관광은 비싸서 매력이 없다” “쇼핑보다 먹고 마시고, K팝 공연을 보는 게 낫다”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따라 유커의 한국행을 유도할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 개발이 여행업계의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을 오갈 항공편 확보도 난항이다.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한국행 단체 관광 재개에도 즉각적인 증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나마 저비용항공사(LCC) 등이 노선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한때 중국 관광객이 연간 약 800만 명에 이르렀던 점을 고려하면 좌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노선을 늘리는 건 모험에 가깝다”며 “중국 관광객 수가 가시적으로 확인돼야 증편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유커 특수#관광업계 인력 확보#중국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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