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4연속 동결… 한은, 3.5%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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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2%P까지 벌어질듯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올 2월, 4월, 5월에 이어 4연속 기준금리 유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처음으로 2%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상당 기간 목표 수준(2.0%)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가계부채 흐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자 시장에선 긴축 기조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져 물가 압력이 다소 해소된 상황에서 굳이 금리를 올려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불안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 연준이 26일(현지 시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해 한미 금리 격차가 2.0%포인트로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불안 우려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13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 물가지표의 둔화로 연준의 긴축 우려가 줄었다는 해석이 나오며 전날보다 14.7원 급락한 1274.0원에 마감했다.

이창용 “물가 2% 돼야 금리인하 논의”… 시장선 “연말 내릴수도”


기준금리 4연속 동결
경기침체-금융불안 우려 등 고려
물가→경기로 무게중심 이동 관측
한은 “가계빚 급증땐 대응 나설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해 2, 4, 5월에 이어 4연속 금리 유지 결정을 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해 2, 4, 5월에 이어 4연속 금리 유지 결정을 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이 4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건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접어든 영향이 컸다. 여기에 올 하반기(7∼12월) 경기 침체 우려와 새마을금고 부실, 막대한 가계부채 등의 상황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로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갔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3%로 낮췄다. 그간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물가가 한풀 꺾이면서 한은은 숨을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불안한 경기도 한은이 금리 추가 인상을 택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수출이 크게 줄면서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일제히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앞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5%로 낮췄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1.6%에서 1.5%로 내려 잡았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미국 성장률이 유지되고 중국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을 반영해 1.4%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가 이달 들어 수출 감소로 다시 적자다.

● 시장은 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언제쯤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한은은 미국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의식해 금리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뒀지만, 시장에선 한은의 무게 중심이 물가에서 경기로 이미 돌아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의 긴축 기조에서 벗어나 ‘피벗(pivot·통화 정책 방향 전환)’ 시점을 재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물가에서 경기로 무게 중심을 옮긴 만큼 이르면 올 4분기(10∼12월), 늦어도 내년 중에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는 하지만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못한다는 것이지, 추가 인상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한은은 금리 인하를 생각하고 있지만 다만 지금 그걸 언급할 시기는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물가가 목표치(2%)에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하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현재는 긴축을 더 강하게 할 상황은 아니지만 한은 입장에서는 긴축인지 완화인지에 대해 일부러 모호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긴축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했다.

향후 최대 변수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이다. 연준이 26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한국과 격차가 2.0%포인트로 벌어져 환율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이 하반기 경기 부담에도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이유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이야기하려면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추는 것이 선제 조건”이라며 “다음 금통위에서도 한은에는 선택지가 금리 동결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한국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의 심각성도 논의됐다.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에서도 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추후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나면 금리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사이 7조 원이나 급증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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