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식량산업의 포석, 가루쌀[기고/김정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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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
김정희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
바둑은 수의 싸움이다. 특히, 대국 초반의 ‘포석’은 중반 이후부터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판세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미리 수를 내다보는 창의적인 포석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포석은 앞으로 생길 일에 대비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뜻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정책학회에서 “가루쌀을 활용한 쌀 구조적 수급 불균형 해결” 정책이 한국정책대상을 수상했다. 구조적인 쌀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식량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 사례로 평가받은 것이다. 국민들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매우 뜻깊은 수상이었다.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이자 농업농촌의 근간이지만, 최근 식생활 습관의 변화 등으로 밥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쌀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곡물자급률이 20% 수준인 우리에게는 심화하는 기후 위기와 우크라이나 사태, 주요국의 수출 제한 등과 같이 정치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식량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가루쌀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다. 가루쌀은 밀과 같이 전분 구조가 성글어서 밥을 지을 수는 없고 가루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새로운 품종이다. 또한, 기존 쌀 생산 기반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모내기 시기가 늦어 밀과 이모작에 유리하다. 가루쌀은 식량안보에 필수인 논을 유지하면서 밥쌀 수급도 해결할 우리나라 미래 식량 산업의 ‘포석’이다.

더불어 자급률이 1.1%인 국산 밀의 생산도 증대할 수 있다. 지금 현장에서는 가루쌀 모내기가 한창 진행 중으로, 일반쌀보다 조금 늦다. 밀은 보통 이모작으로 겨울에 심지만, 수확 시기가 6월 중순으로 쌀 모내기 시기와 겹친다. 가루쌀은 적정 모내기 시기가 6월 말, 7월 초로 밀과 이모작에 딱 맞기 때문에 밀 생산도 증가시킬 수 있다.

대한민국 식량안보를 향상시킬 가루쌀 정책은 농업인, 식품업계와의 협력이 관건이다. 현장에서는 밥쌀을 대체할 수 있는 작목에 관심이 많은 농업인들의 가루쌀 재배 참여 열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식품기업들은 가루쌀로 만들 수 있는 제품 개발 연구에 몰두 중이다.

올해 국내 대표 식품기업 15개사가 참여하여 라면, 칼국수 등 면류, 식빵, 피낭시에 등 제과제빵류, 스낵류 등을 개발 중이다. 각 지역 대표 베이커리도 특유의 식감을 살린 새로운 빵 메뉴를 개발하여 5월 말 열린 소비자 품평회에서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루텐프리 시장은 우리나라 식품기업이 국산 가루쌀로 만든 K푸드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부는 고품질 가루쌀 생산과 식품 연구개발(R&D) 확대, 프리미엄 시장 창출을 위한 소비자 홍보 등을 통해 가루쌀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가루쌀은 대한민국 미래 농업과 식품 산업의 도약을 위한 ‘포석’이다. 밀 자급률뿐만 아니라 식량 자급률 향상과 더불어, 쌀 수급 균형도 달성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기대한다.

김정희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
#대한민국 미래 식량산업의 포석#가루쌀#쌀 수급 불균형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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