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연초 대흥행… 20조 뭉칫돈 몰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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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끝 보인다” 기대감 속
기관 돈 풀리는 ‘연초효과’ 후끈
수요예측액, 발행계획의 5배
“아직은 우량채만 흥행” 신중론도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얼어붙었던 회사채 시장이 완전히 온기를 되찾고 있다. KT와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회사채가 대흥행에 성공하는 등 연초부터 20조 원 상당의 뭉칫돈이 회사채에 몰리고 있다. 금리 인상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으로 채권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기관들이 자금을 풀면서 ‘연초 효과’도 더 뜨거워졌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시중금리는 도리어 하락했다. 3년 만기 국채금리가 전장보다 0.097%포인트 하락한 3.369%에 마감됐으며 회사채 금리(3년물, AA― 기준) 역시 0.11%포인트 떨어진 4.62%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선 반영된 데다 이날 ‘베이비스텝’으로 오히려 한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다가왔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 영향이다.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11월(5.6%대)과 비교하면 무려 1%포인트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금리가 안정을 되찾은 데다 기관투자가들이 새로 짠 포트폴리오에 맞춰 지갑을 여는 1월 ‘연초 효과’도 맞물리면서 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열기가 거세다. 대기업들은 미루던 회사채 발행에 나서 연일 대흥행을 거두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13일까지 총 12개 대기업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가운데 기관들의 매수 희망 규모는 총 20조940억 원이다. 대기업의 최대 발행 계획 규모인 3조9000억 원의 5배가 넘는 수치다. 그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온 기업들은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 모집’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회사채 발행 시장은 돌변했다”고 말했다.

우량 회사채 흥행이 이어지면서 채권 투자를 엿보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신종자본증권 등 회사채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지주가 이달 30일 발행하려는 신종자본증권은 현재 5.1∼5.8%의 금리를 제시하면서 개인투자자들도 5%대 금리 채권을 살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권사들이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해 확보해 둔 신종자본증권을 리테일 부서에서 판매하면 개인투자자들도 해당 채권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회사채 시장 회복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까지 흥행을 거둔 회사채는 AA등급 이상의 소위 우량채로, 향후 A급 이하 회사채에도 기관들의 자금이 몰릴지는 미지수란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1월 CJ프레시웨이는 1000억 원 모집에 520억 원만 들어와 모집물량을 채우지 못하기도 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A등급 회사채로 온기가 확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부동산금융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해소된 상태는 아니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올해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초까지 총 16개 대기업 발행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효성화학, 신세계푸드와 하나에프앤아이, SK인천석유화학이 A등급 회사채다. 이들의 자금 조달 성공 여부가 회사채 시장의 안정을 판단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금리인상#회사채#연초효과#우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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