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이달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 환율 1300원 아래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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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회의서 ‘빅스텝’ 유력해져
나스닥 4.4% 등 뉴욕증시 급등
원화가치 올라 환율 1299.7원 마감
한은 “금리 인상 3.5%서 끝낼 것”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시점은 12월 회의일 수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사진)은 ‘대(大)긴축의 시대’가 끝났음을 시사했다. 4번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 그동안의 초고속 금리 인상 행진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의 긴축 속도조절 발언에 이날 미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4.4% 급등하는 등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글로벌 강달러 기조가 꺾이면서 1일 원-달러 환율도 넉 달 만에 1300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파월 의장은 이날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늦추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그 시점은 12월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이달 13,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 대신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유력해졌다.

파월 의장은 “현재 시점에서 (금리 인상 속도) 둔화가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위험 사이균형을 맞추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는 지난달 FOMC 의사록에서 경기 침체와 강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처음 제기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고강도 긴축이 경제에 끼칠 충격을 걱정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당연히 연준은 과도한 긴축은 피하고 싶다. 그렇다고 금리를 인하할 때는 아니다”며 “그래서 (인상) 속도를 늦추며 적절한 금리 수준을 찾아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긴축 액셀레이터에서 천천히 발을 떼겠다는 시그널이 나오자 뉴욕 증시는 일제히 급등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2.18%, 3.09% 올랐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41%나 뛰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82% 하락하며 105대로 내려앉았다.

원-달러 환율 1299.7원 마감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 방침이 알려지면서 1일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만에 13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증시와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 1299.7원 마감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 방침이 알려지면서 1일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만에 13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증시와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원화 가치도 급등했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1원 급락(원화 가치는 급등)한 1299.7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환율이 1300원 선 아래로 내려간 건 8월 5일(1298.3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도 8월 19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장중 한때 2,500 선을 회복했다.

연준이 금리인상 보폭을 줄이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경제 충격이 대외 요인이라 앞으로의 통화 정책 경로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연준의 속도 조절 시사로 통화 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총재는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금리 인상을 아마도 3.5% 안팎에서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3.25%인 기준금리는 내년 상반기(1∼6월) 한 차례 0.25%포인트만 올리는 선에서 매듭짓겠다는 뜻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파월#환율#빅스텝#뉴욕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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