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환율 1312원… 전세계 ‘금융위기급’ 환율 쇼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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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뚫린 환율 1312원… 13년만에 최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달러 강세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가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12일 원-달러 환율이 8.2원 급등한 1312.1원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가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12일 원-달러 환율이 8.2원 급등한 1312.1원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환율이 달러당 1310원을 돌파하며 다시 연고점으로 치솟았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2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312.1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장중에는 1316.4원까지 치솟으며 6일(1311.0원) 기록한 연고점을 4거래일 만에 갈아 치웠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유럽 등 각국의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22.51포인트(0.96%) 내린 2,317.7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2% 넘게 급락했다.


글로벌 인플레 등 복합 위기에 달러화 가치는 연일 고공행진
20년만에 ‘1유로=1달러’ 가장 근접… 환율 오르면 물가 상승압력 커져
한은, 기준금리 0.5%P 인상 예상… 경기침체 심화 부작용 우려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가 계속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붕괴에서 촉발된 글로벌 복합 위기가 연일 국내외 경제에 ‘원투 펀치’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빅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은의 급격한 긴축은 자칫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기고 있다.
○ 경기 침체 우려에 외국인 자금도 유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올해 처음으로 1310원대를 돌파하며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시장에 극심한 공포감이 팽배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날 환율 급등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기록적으로 치솟은 데서 비롯됐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례 없는 속도로 인상하는 가운데,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한 세계 각국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럽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러시아가 최근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의 공급을 일시 중단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영되면서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유로당 1.0026달러까지 떨어지며 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유로를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패리티(parity·등가) 환율’이 20년 만에 눈앞에 온 것이다. 엔화 가치 역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137엔까지 오르며 올 들어 20%가량 상승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달러화가 빠져나가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6월 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자금은 30억1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외국인 자금의 탈출 행렬은 올 2월부터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가 경제 위험도를 나타내는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달 월평균 0.48%포인트로 2018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CDS는 채권 발행 국가가 부도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이 오르면 그만큼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 이 와중에…한은 ‘빅 스텝’ 유력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시장은 한은이 물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빅 스텝’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올 4월과 5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 바 있다. 만일 이날 회의에서도 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역대 첫 ‘3회 연속 인상’이 된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적극 고려하는 것은 그만큼 최근 물가 급등세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신용 위험을 높이고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둔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지금 물가를 잡지 못하면 더 큰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며 “취약 차주와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환율#1312원#13년만에 최고#달러#빅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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