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골목상권 정체성 살리는 창의적 아이디어 육성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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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미래기획팀장

바야흐로 ‘로컬(local)의 시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과 업무공간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지역, 즉 로컬의 가치가 급부상했다. 소비의 흐름 역시 골목상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카드이용 빅데이터 분석 결과 집 근방 500m이내에서의 카드 결제는 8%가 증가한 데 반해 3km이상 떨어진 곳에서의 카드결제는 12.6% 감소(2020년 4월 기준)했다. 이제 소비자는 로컬에서 라이프 스타일을 찾고 있다.

국내 ‘로컬리즘’은 2000년대 홍대와 가로수길 등 몇몇 골목상권이 부상하며 시작해 현재 약 155개로 증가했다.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성공한 상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적 자원을 가지고 있되, 특색과 개성을 담은 정체성이 필요하다. 지리적 접근이 쉬워야 하며, 디자인적인 볼거리나 즐길거리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필수요소임과 동시에 흩어져 있는 일종의 ‘에피소드’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는 이 에피소드를 맛깔나게 이어주고 사람들에게 전해줄 이야기꾼인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가 필요하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 문화와 특성을 소재로 활용하거나,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비즈니스를 통해 창의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사업가다. 이들이 만들어낸 ‘로컬 브랜드’는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

대전의 ‘성심당’은 로컬 브랜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곳의 제품은 오직 대전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공간의 제약이 성장의 한계요인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성심당은 타지에서도 찾아와 즐기는 지역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잘 만들어진 로컬 브랜드는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업과 지역을 서로 상생하게 한다.

지난달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새로운 지역밀착형 성장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자생적 창조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 콘텐츠와 자원을 활용하여 새로운 유형의 지역산업을 창출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정책이행을 위해서는 골목상권에 건강한 로컬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로컬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지역의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자생력을 가진 상권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지역주민들과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고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조성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상권 환경개선부터 지역의 특색에 맞는 ‘로컬 브랜딩’까지 전문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지역 소상공인, 또는 예비 창업자를 로컬 크리에이터로 전환·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아이템 전환 또는 창업 준비를 돕고, 성장부터 폐업단계까지 기업의 생애주기에 맞는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 역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창의적인 시각으로 로컬을 재해석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그리며 지역 성장을 이끄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정체성이 가지는 가치와 힘에 대해 이보다 더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잘 만들어진 골목 상권이 세계적인 문화가 될 수도 있다. 스토리를 그리는 이야기꾼이 중요한 이유다.

이혁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미래기획팀장
#공기업감동경영#공기업#골목상권#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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