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양천구푸드뱅크마켓의 식품 진열대가 평소보다 비어있다. 푸드뱅크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기부 식품이 급격하게 줄었다. 기존 푸드뱅크 이용자에게 전달할 물품도 부족한 상황에서 실직, 폐업 등 당장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복지 사각지대 취약계층이 늘어 걱정이 많다.”
서울의 한 푸드뱅크 관계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늘어나면서 푸드뱅크 신청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식품과 생활용품을 기부 받아 저소득계층에 지원하는 푸드뱅크에 대한 기부물품은 오히려 줄어 기존 이용자들의 수요도 충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20년 푸드뱅크 기부물품 모집액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푸드뱅크가 집계하고 있는 기부물품관리시스템(FMS)에 따르면 지난해 모집 총액은 장부가 기준으로 약 2100억 원 수준이다. 2018년 2198억 원에서 2019년 2365억 원으로 7.6% 늘었던 것에 비해 무려 11.2% 줄어든 액수다.
전국푸드뱅크 정외택 단장은 “2007년 이후 금융위기를 포함해 기부물품 모집액이 감소한 전례가 없다”며 “특히 대량기부를 하던 큰 규모의 식품기업 기부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은 코로나19 확산에 집밥 수요가 늘면서 식품업계는 가정간편식(HMR)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기업 내 여유식품이 주로 푸드뱅크 기부로 이어졌는데 가정간편식 판매량 증가로 푸드뱅크 기부물품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푸드뱅크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기부 감소뿐 아니라 일부 사업장의 운영중단 사태까지 불러와 이중고를 겪었다. 450여 개 기초푸드뱅크 가운데 197개 사업장이 휴관사태를 겪었고 아직도 30여 개 사업장이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푸드뱅크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사회안전망의 빈틈을 채우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머전시 푸드팩 시범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푸드뱅크 내 이머전시 푸드팩(긴급구호물품)을 상시 구비해 취약계층의 일시적인 어려움에 적극 대처해 호평을 받았다. 전국푸드뱅크는 올해 이 사업을 본격 추진해 긴급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즉시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신규사업으로 ‘무인푸드뱅크 시스템’을 시범운영 한다. 지역 내 코로나19 전파가 지속되자 취약계층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푸드뱅크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식품 등 지원물품을 넣은 무인 보관함을 설치해 장애인, 노인 등 이용자가 비대면으로 수령하는 방식이다.
기부물품 모집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머전시 푸드팩과 무인푸드뱅크 시스템 등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사업도 규모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외택 단장은 “결식계층 제로(0) 사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푸드뱅크 큰 축인 식품 기업의 적극적인 기부 동참이 필요하다”며 “늘어나는 취약계층을 살리기 위해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은 식품업계의 통 큰 기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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