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어 땅 싸게 임대… 김제 ‘종자산업 허브’ 싹 틔웠다

김호경 기자 입력 2020-10-29 03:00수정 2020-12-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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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살리는 지역특구] <상> ‘농업의 반도체’ 키우는 김제
지난해 전북 김제 종자생명산업특구에서 열린 ‘국제종자박람회’ 현장. 특구 입주기업이 개발한 품종을 보려고 해외 바이어 65명이 박람회에 다녀갔다. 43억 원의 수출 계약이 이뤄졌다. 김제시 제공
《지역별로 신(新)산업이 육성되기까지 곳곳의 규제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된 지역에는 각종 규제를 풀고 규제 특례를 적용해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지역특구는 200곳에 육박합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 성장을 도와 지역을 혁신하고 있는 지역특구를 3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전북 김제의 종자생명산업특구에 입주한 농업 바이오 벤처기업 ‘에프앤피’. 이 회사는 최근 유채 신(新)품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논을 메워서 물이 많은 땅에서도 잘 자랄 수 있게 만든 게 특징이다. 척박한 몽골 땅에서도 자랄 수 있는 유채 품종을 만든 경험을 토대로 개발했다. 에프앤피는 기존에 논농사를 했던 농가(農家) 등에 이 품종을 보급해 키운 뒤 거둔 유채로 식용유를 만들어 냈다. 현재 유채 식용유는 홈쇼핑 판매까지 준비하고 있다. 김신제 에프앤피 대표는 “고부가가치 품종인 유채가 농민들의 소득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 종자생명산업특구는 김제가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고부가가치 종자 산업의 허브 역할을 하는 데 핵심을 맡고 있다. 김제 특구는 2016년 지정된 지역특화발전특구다. 지역특구는 지역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04년 도입됐다. 각 시군구가 지역 특화산업 육성 계획을 세우면 정부가 심의해 지정한다. 정부의 재정, 세제 지원은 없지만 각종 규제특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보니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특구로 몰리고 있다.


에프앤피가 성장세를 이어가기까지는 특구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종자 키울 부지를 확보하는 고민을 특구를 통해 해결한 게 대표적이다. 김제 특구 부지는 원래 김제시와 국토교통부 등이 소유한 국·공유지라 민간 기업에 임대하려면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입찰에 부쳐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하지만 김제 특구에선 규제특례를 인정받아 특구 입주기업들과 수의계약을 맺고 국·공유지에서 종자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김 대표는 “김제 특구에서 만든 유채 신품종은 이미 중국에서 시범 재배를 마쳤으며, 호주에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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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서 김제 특구로 ‘이주’해 오기도 한다. 경기 수원이 본사인 ‘농우바이오’는 2017년 김제 특구에 연구소를 차렸다. 조병중 농우바이오 남부연구소장은 “최대 20년간 부지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양파, 당근의 주요 산지인 전남과 제주와 비슷한 기후에서 품종 연구를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제 특구 입주기업은 20곳. 이 기업들은 종자 관련 특허를 출원하면 우선심사를 받을 수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입주기업들이 특허나 신품종으로 등록한 건수는 총 148건이며, 특구에서 열리는 국제종자박람회를 통해 맺은 수출계약은 연간 30억∼50억 원이다. 덕분에 입주기업들이 올린 매출은 2016년 452억 원에서 지난해 1454억 원으로 늘었다.


김제시 관계자는 “종자 산업 육성에도 속도가 중요한데, 우선심사 규제특례로 기업들이 신속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 교사 채용 요건을 예외적으로 완화해준 덕분에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가 지난해 원어민 교사 1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김제 특구는 규제특례를 적극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해 전국 최우수 특구로 선정됐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역특구는 전국 195곳이다. 최대 128개의 규제특례가 적용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특구 조성 시에는 농지 전용, 용도 변경 등 토지와 관련된 규제특례를 주로 활용하고, 이후 운영 과정에서는 도로통행 제한, 옥외광고물 표시 설치, 특허 출원 우선심사, 식품표시 기준 완화 등 규제특례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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