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화상회의 등 통해 근무체크 불가피” 직원들 “노는 사람 취급… 감시받는 느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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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재택근무 장기화에 신경전 치열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사측과 직원 사이의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사측은 노무관리 차원에서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반면 사원들은 자신이 감시받고 있는 느낌이라며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주장한다.

특히 재택근무 시 의사소통 채널로 활용되는 화상회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많다. 직원들은 생산적인 아이디어 회의보다는 근무 태도 체크용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사원은 “팀장이 불시에 줌 회의를 소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중요한 내용은 없고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수준의 대화만 오가는 경우가 많다”며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오해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4대 기업에 다니는 한 회사원은 “절반씩 재택근무를 하는데 부서장이 아침마다 ‘누가 재택이지?’라고 묻는다. 마치 재택근무자는 노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측도 재택근무 하는 직원들의 업무 태도와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컴퓨터 로그 기록을 분석해 보니 컴퓨터를 켜놓기만 하고 실제로는 일을 하지 않는 직원이 적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보안 문제가 있어 원격 관리 프로그램으로 회사망에 접속하도록 하고 있는데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직원들이 컴퓨터로 무엇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의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 직원들을 믿고 업무 결과만 받아보지만 가끔은 직원 컴퓨터 사용 현황 통계를 정기적으로 내서 집중력 있는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하루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시간별로 기록해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기업도 있다. 일일 근무일지를 작성해서 내는 것이다. 아침에 일일 업무 계획표를 관리자에게 제출하고 승인을 받은 뒤 퇴근할 때는 업무 결과를 리포트 형식으로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 팀장 또는 관리자들은 2, 3시간 간격으로 재택근무 직원들의 업무 진척도를 확인한다. 이에 대해 해당 회사의 직원은 “불필요한 보고가 없어지나 했더니 새로운 형태의 근태 보고서가 생겼다”며 “이런 일일 근무일지가 오히려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변종국 bjk@donga.com·유근형 기자
#재택근무#프라이버시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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