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산업화 시대 ‘사적 대출’ 역할로 확산

정순구 기자 입력 2020-08-01 03:00수정 2020-08-01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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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뀌는 전월세살이]
집주인은 모자란 목돈 보충, 세입자는 월세 지출 안해도 돼
“앞으론 전세 비중 계속 줄어들것”
한국의 전세 제도는 집주인에게는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는 사금융 역할을 했고 세입자에게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볼리비아의 안티크레티코(Anticretico)를 제외하면 유사한 방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세는 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 본격 확산됐다. 이전에는 사글세가 주를 이뤘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농촌 인구가 대도시로 몰려 주택 수요가 크게 늘었고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취약한 금융 구조로 서민들은 제도권 은행에서 목돈을 대출받기 힘들었고 대출 금리도 높았다. 이런 이유로 전세가 집주인에게는 ‘사적(私的) 대출’ 역할을 했다. 집주인은 집을 살 때 모자란 목돈을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보충할 수 있었다. 세입자는 자신이 보유한 돈으로 살 수 있는 주택보다 더 좋은 집에 거주할 수 있었고 월세를 매달 지출하지 않아도 돼 집주인에게 목돈을 맡기고 살았다. 이처럼 집주인과 세입자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덕분에 전세는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었다.

가계 대출이 일반화된 뒤에도 전세 제도는 살아남았다. 장기적인 추세로 볼 때 집값이 상승해 왔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서라도 집을 미리 사두는 게 집주인에게는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임대 방식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순간에 전세 제도가 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전월세 시장에서 차지하는 전세 비중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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