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상품 숨바꼭질…“돈써도 SNS 못 올려”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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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 반, 타의 반 안 산다…사도 티 못 내
구매 후 "브랜드 모르게 백화점 쇼핑백 달라"
자랑 못 하는 소비, 자연히 日상품 덜 살 듯

일본이 2일 한국을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경제보복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잔뜩 화가 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수위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제는 소비자들의 쇼핑리스트에서 일본 상품이 상시적, 장기적으로 배제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일본 상품을 쓰는 것 자체가 눈치보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인터넷 공간에서 불매운동이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육아용품 등 일상 생활에 파고들어 어느 나라 제품인지도 몰랐던 물건에 대해서는 일본산임을 알리고 대체 상품을 소개해 주는 등의 움직임이 보였다.

일본 브랜드 상품에 대한 질문이나 쇼핑 리뷰를 남긴 글에는 관련 리뷰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댓글이 달렸다. “하필 이 시기에 부적절한 글”, “불매운동에는 참여하지 않더라도 포스팅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등의 내용이다.

이런 분위기에 유통채널에서 일본 상품의 매출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우선 일상 생활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적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식품이나 생활용품에서 반응이 뚜렷하다.

이마트에서는 7월 일본 맥주 판매가 전달 대비 62.7%나 감소했다. 일본 라면과 조미료도 각각 52.6%, 32.9% 덜 팔렸다. 편의점 CU와 GS25 등에서도 41%, 40.1%씩 매출이 내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눈에 쉽게 띄는 행사매대 등에는 일본 상품을 진열하지 않고 있다”며 “본매대에서 일제 상품을 아예 빼지는 않았지만 워낙 매출이 줄어 자동으로 발주량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 백화점 식품관에서는 일본 디저트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줄었다. 7월 초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매출이 더 떨어지고 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역시 매출이 20% 가량 빠졌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불매운동 이후 일본 브랜드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이 늘고 있고 매장에서 일본 브랜드인지 문의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구매 후 해당 브랜드가 아닌 백화점 쇼핑백으로까지 바꿔달라는 고객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브랜드 이름에 일본과 관련된 지명 등이 있을 경우엔 영향이 더욱 크다”며 “일부 화장품 브랜드는 일본이름이 드러나는 광고판을 철수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하나투어에서는 일본행 여행자 수가 전년 10만6000명에서 6만6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G마켓에서도 전년 대비 57%나 급감한 수치를 나타냈다. 휴가지를 일본으로 택하면 주변이나 SNS 등에 여행 후기와 사진을 보여주기 힘들어진 만큼 이 같은 추세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쇼핑은 해당 물건이나 서비스가 필요해서 사는 목적구매도 있지만, 요즘과 같이 SNS가 발달한 시대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보여줄 수 없는데 굳이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게 되면 아무래도 일본 상품을 덜 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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