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은 만들지도, 납품하지도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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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품질 혁식 기업] 오일씰 분야서 국내 ‘원톱’

㈜진양오일씰 대구 본사 전경.
㈜진양오일씰 대구 본사 전경.
《2006년 삼성전자로부터 ‘ERP/POP 활용도 최우수 업체’, 2011년 현대-기아차 ‘최우수 모범 공급업체’, 2014년 정부지원 ‘월드 클래스 300 기업’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 자동차, 가전업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제품들은 제조사 한 곳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품 하나를 생산하는 데 국내 수천여 중소기업에서 만든 우수한 부품이 들어간다. 자동차만 해도 엔진부터 프레임, 변속기, 제동기, 조향 시스템, 배기통, 바퀴 등 약 2만5000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자동차에 비해 덜 복잡한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부품업계에서도 특별히 이름을 드높이는 기업이 있다. 1991년 설립된 ㈜진양오일씰이 그 주인공이다. 진양오일씰은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고무제품 제조와 오일실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졌다. 오일실이란 산업용 제품의 결합 부위에서 오일이 새나가지 않도록 고무로 고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현재 진양오일씰은 현대기아차 자동차, 삼성전자 세탁기와 냉장고, LG전자 공기청정기에 들어가는 오일실, 오링(물 따위가 새는 것을 막는 데 쓰는 원형 고리), 베어링(축받이), 워터씰(물이 새는 것을 막아주는 고무형 연결 부위) 등의 부품을 생산한다. 전자업계에서는 매출 1위, 자동차업계에서는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오일실 분야 1, 2위 업체가 외국계 합작법인인 것을 감안하면 토종 국내기업으로써는 원톱이라고 볼 수 있다.

진양오일씰은 1991년 5월 이명수 대표(60)가 진양산업을 설립한 것이 시초다. 2000년 10월 진양오일씰로 법인 전환했다. 이 대표는 1983년부터 8년간 오일실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다 부품산업 발전이라는 뜻을 품고 독립했다. 하지만 창업 이후 5년간 연평균 매출이 3000만 원에 불과해 생존의 기로에 섰다. 이 대표가 주변 지인과 친인척에게 돈을 빌려 회사를 유지해 나갈 수 있었던 동력은 ‘보국기업정신’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산업용 필수자재인 오일실은 30년 전만 해도 국내 여러 회사가 비싼 돈을 주고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해야만 했다. 그걸 오랜 기간 지켜보면서 국내 원천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또한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아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진양오일씰은 곧바로 오일실 개발에 매진했다. 고무전문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매출의 4%에 해당하는 자금을 연구개발에 썼다. 연구진은 수만 번의 테스트를 거쳐 자체적으로 오일실 개발에 성공했다. 수입 오일실에 비해 진양오일씰의 제품은 가격경쟁력을 갖췄고, 그 덕분에 매출이 뛰었다. 이 대표는 “회사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때도 연구개발비를 줄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28년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남다른 경영철학도 한몫했다. 진양오일씰은 ‘단가’ ‘품질’ ‘납기’ 3대 원칙을 목숨같이 지켰다. 이 대표는 “고객사를 상대로 3대 원칙을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납기를 어긴 적이 없어 바이어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거래가 진행되기만 하면 도중에 중단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신규 물량도 우선적으로 수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품질에 대한 고집은 남달랐다. 진양오일씰은 ‘불량은 만들지도 보내지도 받지도 않는다’는 품질관리에 대한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부터 대대적인 시스템 구축을 단행했다. 2002년 공정 단위 업무별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2004년에는 전 공정에 POP(생산시점관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후 2013년에 ERP/MES(제조실행 시스템) 및 QMS(품질관리 시스템)를 신규로 구축해 품질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현재 진양오일씰은 자체적으로 매일 품평회를 열어 제품 검수를 하고, 매주 품질담당 임원이 개선책을 찾는 회의를 가진 뒤 매월 이 대표가 품질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전 직원이 제품을 깐깐하게 확인한 결과 진양오일씰의 공정불량은 2012년 3583ppm에서 2017년 1480ppm으로 59% 대폭 감소했다.

2006년 삼성전자로부터 ‘ERP/POP 활용도 최우수업체’, 2011년 현대기아차 ‘최우수 모범 공급업체’, 2014년 정부 지원 ‘월드 클래스 300 기업’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것을 토대로 진양오일씰은 해외까지 뻗어나갈 수 있었다. 현재 파나소닉, 히타치, 도시바, 하이얼, SAIC, JAC, BorgWarner 등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 20여 기업에 오일실 등 각종 부품을 수출하고 있다.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 상하이법인을 설립하고 옌청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에도 생산시설을 완비해 가동 중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12월 ‘제52회 무역의 날 삼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진양오일씰은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종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 4대보험과 건강검진, 성과급은 기본이고, 장기근로자 포상, 모범근로자 포상, 다자녀 출산장려금, 어학수당, 직원가족 동반 영화 관람 등을 시행하고 있다.

진양오일씰은 2020년 매출 3배, 투자 없는 생산성 30% 증가, 원가 절감 30%, 재고 감소 30%, 무결점을 달성하려는 목표로 ‘2020 AC(Audacious Challenge, 대담한 도전) 330’을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회사가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힘을 모아 함께해준 직원 모두의 힘이 크다. 앞으로 품질제일주의 원칙으로 한국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넘버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진양오일씰#이명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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