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올라 무섭다”…서울 아파트값, 정부 경고도 안 먹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3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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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부동산]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집값이 뛰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한 주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정부는 서울 등에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37% 올랐다. 올 1월 22일(0.38%) 이후 7개월 만(30주)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직전 주(0.18%)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상승폭이 커진 가운데 동작(0.80%), 강동(0.66%), 양천(0.56%), 강서(0.53%), 영등포(0.51%) 순으로 많이 올랐다. 특히 동작, 강서, 영등포구 상승률은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강남(0.45%), 서초(0.37%), 송파.46%), 용산(0.45%), 마포구(0.42%) 등 인기지역도 올해 2월 급등기의 상승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감정원은 재개발, 교통인프라 등 개발호재가 많은 지역이 가격 상승세를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가 불러온 역효과라고 보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 규제 강화 등으로 공급이 줄어들자 소수의 매물이 비싼 가격에 팔리며 상승세를 이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비강남, 비고가, 비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오른다는 것 자체가 무주택 서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은 ‘패닉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Z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도인이 갑자기 수천만 원씩 가격을 올려도 일단 계약금부터 넣겠다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매수인이 서너 명씩 붙는다”고 했다. 노원구 월계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미륭·미성·삼호 3차 통합단지의 전용면적 33㎡ 아파트를 3억2000만 원에 계약하기로 했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계약금의 두 배인 6400만 원을 물어주면서까지 계약을 파기했다”고 했다.

정부는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주택시장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을 조속한 시일 내 추가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와 국토교통부는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규제지역을 조정한 뒤 다음주쯤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은 25개구가 모두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이다.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와 마포·용산·성동·양천·영등포·강서·노원구 등 11구는 투기지역으로도 지정돼 있다. 정부는 투기지역이 아닌 14개 구 가운데 집값이 많이 뛴 곳을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투기지역에선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업계에선 서울은 이미 다중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에 투기지역 확대 지정 정도의 처방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제 등 추가 규제 도입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주애진기자 jaj@donga.com
강성휘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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