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나기 쉬운 지게차 작업… 3대 원칙만 지켜도 안전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산재 사망 반으로 줄이자!]<下>사망사고 1위 설비 지게차

웹툰 ‘생활의 참견’으로 유명한 김양수 작가가 지게차 안전사고에 대해 네 컷 웹툰을 그렸다. 지게차는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설비로 주된 원인은 운전자의 시야 미확보로 인한 충돌과 지게차 넘어짐이다. 안전보건공단 제공
웹툰 ‘생활의 참견’으로 유명한 김양수 작가가 지게차 안전사고에 대해 네 컷 웹툰을 그렸다. 지게차는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설비로 주된 원인은 운전자의 시야 미확보로 인한 충돌과 지게차 넘어짐이다. 안전보건공단 제공
20일 오전 경기 이천시의 하이트진로 공장. 크고 작은 지게차 4대가 소주 출하장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지게차들은 소주 30병이 담긴 상자 36개를 한번에 싣고 트럭에 옮겨 실었다. 상자는 지게차 운전자의 시야가 가리지 않는 높이까지만 담겼다.

이 공장에서는 매일 수십 대의 지게차와 트럭이 드나들며 소주 상자를 옮긴다. 사고가 적지 않을 것 같지만 이곳에선 지게차 안전사고가 최근 20년간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게차 작업구역과 근로자들의 이동 통로를 엄격히 구분한 것이 비결이다. 특정구역만 노란색으로 ‘작업통행로’라고 표시돼 있고, 평소에는 지게차 작업 구역 내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안성우 환경안전팀 차장은 “근로자들도 안전을 위해 작업통행로로만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공장 밖에 있는 소주 공병 취급장도 마찬가지다. 취급장 작업통행로에는 ‘안전 펜스’까지 쳐져 있었다.

○ 사망사고 1위 설비는 지게차

전·후방 시야 확보 지게차의 전방 시야를 확보한 상태. 또한 지게차 앞쪽 상부에는 적재화물을 고정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전·후방 시야 확보 지게차의 전방 시야를 확보한 상태. 또한 지게차 앞쪽 상부에는 적재화물을 고정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지게차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움직임도 비교적 단순해 사고 위험이 적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설비다. 지난해에만 지게차 사고로 34명이 죽고 1144명이 다쳤다. 주 원인은 △운전자 시야 미확보에 따른 작업자와의 충돌 △지게차의 넘어짐 △지게차 포크(지게차 앞에 설치돼 적재·하역·운반 작업을 하는 장치) 위 탑승 및 이동 중 추락 등이다. 특히 작업자와의 충돌과 넘어짐은 사망 사고 원인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11월 충남 아산시의 한 공장에서는 지게차가 문을 나서다 근로자와 충돌하는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인천에서는 고철 더미 위로 지나던 지게차가 넘어지면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운전자가 지게차에 깔려 사망했다.

지게차 안전사고가 매년 비슷한 유형으로 반복되는 이유는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화물을 적재할 때 무게 쏠림이 없도록 하고 최대적재량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화물 적재나 하역, 운반 이외 근로자를 포크에 태워 높은 곳으로 올리는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근로자는 지게차 접촉 위험지역에 출입해선 안 되고, 싣거나 내리는 작업을 할 때는 작업지휘자가 작업 순서를 정해 지휘해야 한다. 이 밖에도 지게차는 전조등과 후미등, 헤드가드(낙하하는 화물로부터 운전자 보호) 등을 갖춰야 하고 운전자는 반드시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

안전벨트 착용 지게차를 운전하는 직원이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로 작업하고 있다.
안전벨트 착용 지게차를 운전하는 직원이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로 작업하고 있다.
결국 사업자와 근로자가 경각심을 갖고 수칙을 철저히 지킬 때 지게차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5t 지게차의 경우 운전석이 밀폐된 공간에 둘러싸여 있어 넘어지더라도 운전자가 밖으로 튀어나올 염려는 크지 않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공장 지게차 운전자들은 모두 안전띠를 맨 채로 운전했다. 이 공장에서 13년간 지게차를 운전한 변영권 씨(43)는 “지게차 사고가 한번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져 안전벨트를 항상 매고 시야확보에도 신경을 쓴다”며 “매일 아침 안전 구호를 외치며 안전의식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고 말했다.

○ 3대 원칙, 꼭 지킵시다

지게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공단은 △자격자 및 지정자 운전 △전·후방 시야 확보 △안전벨트 착용 준수 등 3대 안전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3대 원칙만 제대로 지켜도 지게차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 통행로 확보 작업자들을 지게차나 차량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업통행로가 설치되어 있다. 이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안전 통행로 확보 작업자들을 지게차나 차량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업통행로가 설치되어 있다. 이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현황 조사와 사업장 관리를 통해 지게차 사고 사망자를 2022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게차 보유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해 사업장별로 1∼3등급으로 위험등급을 나눠 특별교육과 방문점검을 하기로 했다. 사업장들이 안전 설비를 갖추도록 재정 지원도 할 예정이다. 방문 점검 때는 △지게차 좌석안전벨트 설치 △헤드가드와 전조등, 후미등 설치 △지게차 전담 운전자 자격 확인 △전담 운전자 알림 스티커 부착 등을 확인한다. 지게차에 자동 충돌방지장치와 후방감시카메라도 설치하도록 홍보하기로 했다. 정선식 안전보건공단 경기동부지사 산업안전부장은 “전국 27개 지사에서 안전교육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사업장들이 활발하게 이용해 사고를 방지하는 원칙을 확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천=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산재#지게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