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건보료 폭탄?… “소득 늘어난만큼 더 내는 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화요 포커스]건강보험료 왜 더 걷어갑니까


《“정부가 ‘문재인 케어’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직장인에게 추가로 건강보험료를 걷는 것 아닙니까?” 직장인 S 씨(47)는 4월 급여명세서를 보고 분통이 터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매달 20여만 원씩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냈는데, 4월 ‘건강보험료 조정분’ 명목으로 18만 원의 건강보험료가 추가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S 씨는 “이런 식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직장인을 우롱하는 행위다”라며 씩씩거렸다.》


직장인 H 씨(50)도 며칠 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사내 급여담당자로부터 ‘2017년도 귀속 건강·고용보험료 정산에 따라 46만 원가량을 급여에서 공제한다’는 안내문을 받은 것. 안내문에는 ‘건강보험료를 인상해서 월급을 공제하는 게 아니다. 2017년 소득이 확정됨에 따라 다시 건강보험료를 계산해서 덜 낸 부분을 추가로 내는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H 씨는 “연말정산으로 2월 급여에서 적잖은 금액을 이미 공제 당했는데, 또다시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떼이게 돼 황당하고 짜증이 난다”라고 푸념했다.

최근 적잖은 직장인들이 이런 경험을 하고 황당해하고 있다. 매년 4월마다 진행되는 건강보험뿐 아니라 고용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의 보험료 정산 작업이 원인이다. 이는 개인 소득이 많으면 보험료를 많이 내고, 소득이 적으면 보험료를 적게 내는 사회보험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월 보험료는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추정’해서 부과한다. 지난해의 경우 건강보험료율은 당월 소득의 6.12%다. 사용자(회사)와 근로자(직장인 가입자)가 절반씩(3.06%) 냈다.


이후 2월에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을 통해 당해연도 소득을 확정하면 이를 근거로 건강보험료가 다시 계산되고 최종 보험료가 확정된다. 1년 동안 소득이 늘었으면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하고 소득이 줄었으면 보험료를 돌려받는다. 예를 들어 2017년 연봉이 2016년에 비해 400만 원 늘었다면 12만2400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12월 말에서 이듬해 3월 사이에 지급되는 성과급이나 연말 상여금, 혹은 임금협약에 따른 임금 정산이 반영됨에 따라 소득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올해의 경우 전체 직장인 1400여만 명의 60%인 840만여 명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내게 됐다. 이들이 추가로 내는 건강보험료는 평균 13만8071원. 물론 실제 소득에 따라 내는 보험료가 다르기 때문에 적게는 1만, 2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을 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소득이 늘었으니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연간 100만∼300만 원 정도의 임금 인상은 크게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소득 증가를 실감하지 못하다가 4월에 한꺼번에 건강보험료 인상분이 부과되면서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았다는 푸념과 반발이 쏟아지는 것이다.


정반대의 상황도 있다. 직장인 K 씨(45)는 이번에 건강보험료 17만 원을 환급받았다. 주변에서는 “건강보험료를 떼이지 않으니 좋겠다”라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K 씨는 씁쓸하다. 2016년보다 2017년 임금이 줄었으니 건강보험료를 환급받게 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K 씨는 “어떻게 보면 조삼모사(朝三暮四)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보험료를 더 내도 좋으니 월급이 더 올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K 씨처럼 이번에 건강보험료를 환급받는 직장인은 전체의 20.8%인 291만 명이다. 이들은 평균 7만9000원씩 돌려받았다.

1년 사이에 소득 변화가 없는 직장인들도 있다. 당연히 이들은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내지도, 돌려받지도 않는다. 전체 직장인의 19.2%인 269만여 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직장인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내는 것도 부담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추가로 내야 할 보험료 총액이 4월 건강보험료를 넘어서면 5회에 걸쳐 자동으로 분할납부 된다. 가령 매달 20만 원의 보험료를 내는 직장인이 이번에 40만 원을 토해낸다면 이 제도의 대상이 된다.

4월의 ‘건강보험료 정산’을 통해 확보되는 추가 예산은 약 1조8615억 원이다. 지난해의 1조8293억 원에서 1.8%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조7733억이다.

이렇게 적립금이 쌓인 것은 2010년대 이후 매년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서 올해는 1조2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적립금도 19조5000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건강보험료#직장인#연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