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勞使 ‘인력감축’ 줄다리기… 자구안 막판까지 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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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시한 한차례 넘겨가며 논의… 김동연 부총리 “원칙대로 처리” 강조
일각 “정부가 대응 늦어 위기 키워… 조선업 구조조정 사실상 실패”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여부를 가르는 시한인 9일 밤 12시를 넘기고도 STX조선 노사는 자구계획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다만 노사가 좀더 시간을 두고 논의하기로 한 만큼 10일 최종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달 8일 부실이 누적된 STX조선에 대해 한 달 내 노사가 합의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넘기기로 했다.

9일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STX조선 노사는 채권단이 자구계획안과 노조 확약서 제출 마감 시한이 지난 9일 밤 12시 30분 현재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사측의 요청에 따라 당초 오후 5시였던 시한을 연장하고 노사 합의를 기다렸으나 결과 도출에 실패했다. 산은 고위관계자와 문성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등이 경남 창원시 STX조선 진해조선소를 찾아 노사 양측을 만났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인력 감축에 동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양보하지 않았다. STX조선은 산은의 요구사항인 고정비 40% 감축을 위해서는 695명의 생산직 중 75%인 500여 명을 내보내야 했다. 8일까지 희망퇴직 또는 협력업체 이동을 신청한 인원은 희망퇴직 104명, 협력업체 이동 40명 등 총 144명에 그쳤다. 사측은 대안이 없다며 인력 감축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노조 측은 “차라리 법정관리를 선택하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은은 지난달 8일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며 STX조선 노사가 자구계획안 제출에 실패할 경우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RG 없이는 선박 수주를 할 수 없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STX조선은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노사 합의가 안 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셈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성동조선해양에 이어 STX조선마저 법정관리 직전 상황에 내몰리자 정부의 중소조선사 구조조정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STX조선은 2012년 STX그룹이 산은 등 채권단과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하면서 산은 관리 체제로 들어갔다. 2013년 4월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갔으며 2016년 법정관리를 거쳐 이듬해 조기 졸업에 성공했다.

그 사이 채권단은 STX조선에 신규 자금만 4조4000억 원을 쏟아부었다. 당초 3조 원만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사 과정에서 부실 1조8000억 원이 추가로 드러나자 추가 자금이 지원된 것이다. 출자전환된 6조9000억 원까지 포함하면 11조 원 이상의 금융 지원이 이뤄졌다.

STX조선과 성동조선해양 등 중소형 조선사가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해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때 세계 3위(수주 잔량 기준)를 차지했던 STX조선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회사가 기울어졌다. 당시 국회입법조사처는 “중소형 조선사 지원 비용은 막대하지만 편익은 크지 않다”며 산업 구조조정을 주문했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강유현·이은택 기자
#stx조선해양#법정관리#구조조정#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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