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요가-여행업 늘고, 저출산에 산부인과-예식장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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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최근 3년 100개 생활업종’ 통계
100세 시대 건강관련 업종 급증… 1인 가구 늘며 애완용품점 80% ↑
금연 열풍에 담배가게 20% 감소

요가, 여행, 애완동물, 커피. 한국인들이 최근 관심을 부쩍 높인 취미이면서 선호도가 높아진 분야나 상품들이다. ‘열풍’으로까지 불리던 이들에 대한 높은 관심이 정부가 집계하는 숫자로도 증명됐다. 최근 3년 동안 업종별로 늘어난 국내 사업체 수를 집계한 결과 이들과 관련된 사업체가 차례대로 1∼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취미활동에 관심 커지고 영세상점은 고사(枯死)

국세청은 29일 국내 100개 생활업종에 속한 전국 사업체 수를 3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해 공개했다. 사업자 등록번호로 집계한 전수조사다.

3년 사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사업체는 스포츠 시설 운영업이다. 통상 이 업종코드는 탁구장, 단전호흡 도장 등 스포츠 시설에 부여된다. 3년 전 2132곳에서 올해 5123곳으로 늘어나면서 140.3%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국세청 측은 “요가, 필라테스 열풍으로 관련 시설의 수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외에도 취미 생활과 관련해 사람들이 쉽게 지갑을 연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가 늘어난 사업체 2위는 여행과 관련된 펜션·게스트하우스(89.1%)였다. 국내여행 활성화와 함께 기존 노후 숙박시설을 대체하는 효과도 작지 않다.

3위는 3년 전보다 그 수가 80.2% 늘어난 애완용품점이 차지했다. 동물병원(13.8%) 역시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반려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이 분야의 수요 증가로 연결됐다.

4위는 72.8% 늘어난 커피전문점이 차지했다.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된 국내 커피전문점 열풍은 아직까지 열기가 식지 않았다. 올해 9월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4만3457곳으로 3년 전까지 사업체 수가 더 많았던 편의점(3만7017곳), 패스트푸드점(3만4421곳) 수를 넘어섰다. 공인노무사(5위·61.5%), 피부관리업(6위·58.8%) 등도 3년 새 사업자 수가 많이 늘어난 업종으로 꼽혔다.

반면 사업체 수가 줄어든 쇠퇴 업종도 있다.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구내식당(―25.2%)이다. 3년 새 8809곳이 사라졌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구내식당을 폐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체 수가 줄어든 3위 업종은 담배가게(―19.9%)였다. 최근 금연 분위기와 함께 담배를 판매하는 편의점 수가 늘어난 것이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감소 폭 4위인 간이주점(선술집·―15.7%), 5위 신발가게(―12.7%), 6위 식료품가게(―12.3%)에서 볼 수 있듯 서민들이 운영하는 영세상점이 주로 사라지는 업종으로 나타났다.

○ 스크린골프 뜨니 골프연습장 사라져

분야가 겹치는 업종들 가운데 3년 사이에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골프 산업이다. 실내스크린골프 매장(48.7%)이 최근 전국 거리를 점령하는 동안 실외골프연습장(―24.1%)들은 문을 닫았다. 실내 연습장이 야외 연습장의 대체재 역할을 한 셈이다.

최근 남녀노소를 휩쓴 자전거 타기 열풍에 자전거 판매점(12.1%)은 두 자릿수 증가를 보였지만 오토바이 판매점(―2.6%) 수는 줄었다. 남성들이 여성들이 가는 미용실(14.3%)에서 머리를 깎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발소(―6.5%) 감소 현상도 지속됐다.

병원 분야는 시대 흐름이 크게 반영됐다. 신경성 질환 증가에 따라 신경정신과(17.2%) 수는 늘었고, 저출산이 계속되면서 산부인과(―3.7%) 수가 줄었다. 산부인과는 진료과목 기준으로 13개 병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전보다 그 수가 감소했다. 예식장(―11.3%) 결혼상담소(―9.4%) 역시 독신자 증가 현상에 따라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예비 창업자 등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매달 업종별 사업자 현황을 국세통계 누리집에서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고령화#업종#저출산#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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