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오토바이-소형 트럭도 자차-자손보험 가능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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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공동인수 제도 개편
무보험차상해 등 거절 못하게 개선… 보험사각지대 자영업자에 혜택
음주-무면허 경력땐 가입 못할수도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42)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다가 승용차와 부딪혔다. 이 사고로 본인의 입원비와 치료비가 150만 원 가까이 나왔다. 오토바이 수리비도 100만 원 들었다. 하지만 김 씨는 자기차량손해(자차) 및 자기신체손해(자손)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데다 과실비율도 높아 비용 대부분을 스스로 부담했다.

내년 1월부터는 김 씨처럼 오토바이 운전자도 사고가 났을 때 오토바이 수리비와 운전자 치료비를 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보험회사들이 가입을 거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고가 났을 때 많은 비용을 감내해야 했던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으로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적용한다고 13일 밝혔다. 자동차보험 공동인수는 사고 위험이 높아 개별 보험회사들로부터 가입이 거절된 차종과 운전자를 대상으로 여러 보험사가 사고 위험을 공동으로 분담해 보험에 가입하게 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현재는 타인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대인, 대물보험만 가입이 가능하고 자차와 자손, 무보험차상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때문에 사고가 난 경우) 보험은 거의 가입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이들 3개 보험에 대해서도 보험사가 공동 인수를 거절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규정이 바뀜에 따라 사고 가능성이 높은 이륜차(오토바이)와 소형 화물차 등 영업용 차량의 보험 혜택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대물·대인보험에 가입한 이륜차 93만144대 중 자차보험에 가입돼 있는 차량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 이륜차의 상당수가 자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포터’나 기아자동차 ‘봉고’ 등 1t 소형 트럭을 모는 자영업자들도 혜택을 받는다. 현재 2.5t 이상 중 대형 화물차들의 상당수는 화물차공제조합에서 보상을 받고 있지만 그보다 작은 화물차는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차보험 가입 대상이 되는 영업용 차량의 비중이 지난해 말 16.9%에서 94.6%로, 이륜차는 1.4%에서 90.1%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일부 운전자와 차량은 여전히 보험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최근 5년간 1회 이상 음주·무면허·보복 운전, 보험사기를 저질렀거나 최근 3년간 1회 이상 보험료를 줄이려고 가입자 명의를 바꿔치기 한 경우다. 또 출고가 2억 원 이상의 차량, 260cc 이상의 대형 이륜차는 보험사가 자차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있다.

보장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보험료는 오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오토바이에서 가장 기본적인 대인보험(1인당 최대 1억5000만 원 보장)의 보험료가 연 10만 원 이하인데, 자손·자차 등을 모두 포함하면 연 40만∼50만 원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공동인수 보험료 수준을 낮춰 가입자의 부담을 가능한 한 줄여줄 계획이다. 현재 공동인수 계약 보험료는 일반 보험료보다 15% 정도 비싸다. 금융당국은 3년간 실제 손해율과 사업비, 운전자 특성 등을 감안해 보험료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보험료가 비싼 공동인수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개별 보험회사 상품을 찾아볼 수 있는 조회 시스템도 내년 1분기(1∼3월)에 마련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보험#생계형#공동인수 제도#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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