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연준의장은 매파? 비둘기파? 韓銀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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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준금리 인상 시금석 될듯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임명이 임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에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지명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면서 누가 연준 의장이 될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 의장의 성향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연준 의장 최종 후보는 재닛 옐런 현 의장과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등 3명이다. 연준 의장은 미국 은행법에 따라 연준 이사 7명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를 거쳐 상원 전체회의 표결로 결정한다. 하지만 현재 이사직 7명 중 세 자리가 공석이라 외부 인사 지명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꼽히는 파월 이사는 중립적 통화정책을 지지한다. 온건한 성향에 기존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후보이기도 하다. 사모펀드 파트너(대표)를 지낸 경험이 있어 금융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공화당원이란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후보인 테일러 교수는 이달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 시 호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력 주자로 급부상했다. 중앙은행 금리를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 경제 지표에 맞춰 기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테일러 준칙(Taylor rule)’으로 유명하다. 후보들 중 가장 매파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양적완화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테일러 교수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임명되면 통화정책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테일러 교수와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만으로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3일(2.277%)부터 25일까지 14bp(1bp=0.01%포인트) 오르기도 했다. 그는 평소 연준이 너무 많은 재량을 갖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옐런 현 의장이 연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주당 정부에서 의장을 지낸 인물인 만큼 공화당 내에 반대 여론이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차기 연준 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국내 통화정책과 금리인상 속도는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는데, 차기 연준 의장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그 속도가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기 연준 의장에 파월 이사나 옐런 의장이 지명된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금처럼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테일러 교수가 지명될 경우 미국과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한은이 급격히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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