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감염병 차단 프로젝트, 내년 다보스 포럼 화두 될것”

  • 동아일보

WEF와 파트너십 체결한 황창규 KT회장 인터뷰

20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경제포럼(WEF) 본부에서 KT가 WEF 기업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셰릴 마틴 WEF 산업 분야 총괄,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 황창규 KT 회장,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사장. KT 제공
20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경제포럼(WEF) 본부에서 KT가 WEF 기업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셰릴 마틴 WEF 산업 분야 총괄,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 황창규 KT 회장,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사장. KT 제공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20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WEF 본부에서 황창규 KT 회장의 글로벌 감염병 프로젝트 구상을 듣고 무릎을 쳤다. “감염병 프로젝트는 엄청난 이노베이션이다. 내년 다보스 포럼에서 꼭 공유해 달라.”

슈바프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의 저자다. 다보스 포럼은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WEF 총회를 말한다. WEF는 마침 감염병 문제 해결을 연구하기 위한 예산까지 책정한 상태였다. 그동안 감염병 관련 지원은 백신 개발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사후약방문이 되기 쉬웠다.

KT 프로젝트는 감염병 발생 직후 빅데이터를 활용해 감염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다. 감염병 확산을 초기에 차단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4월 정부와 통신사가 함께 ‘스마트 검역정보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20일 WEF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직후 기자와 만난 황 회장은 자신에 차 있었다.

“조류인플루엔자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 없는 전 세계의 문제다. 슈바프 회장과 임원들이 이미 한국에서는 여행자들의 해외 로밍 빅데이터로 메르스 확산을 막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 WEF의 적극적인 협력도 약속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에서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다. 이후 감염병 확산 방지 시스템을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해 국제기구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지난달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내 실무협의체인 워킹그룹을 출범시켰다. WEF가 도와주면 감염병을 주무하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시스템 구축 비용이 부족한 후진국들을 지원할 세계은행과의 중간 다리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황 회장은 “케냐를 비롯해 중동과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논의 중이지만 결국은 전 세계 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7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어젠다에 들어갈 정도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큰 만큼 국제기구를 통해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바프 회장은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글로벌 어젠다를 제시하고 이끌어 반갑다”며 황 회장을 내년 1월 열릴 다보스 포럼에 초대했다. KT는 향후 3년 동안 △디지털 경제와 사회의 미래 △에너지의 미래 △건강과 헬스케어의 미래 등 3개 그룹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감염병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해외 매출 2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황 회장의 비전과도 직결된다. 황 회장은 “각국이 감염병 확산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써야 하기 때문에 해외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KT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는 것은 보너스 효과다. 황 회장은 “지난해 유엔에서 감염병 프로젝트를 처음 발표한 이후 1년 사이에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 다른 협력을 제안하는 국가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 방문에 앞서 미국에서 자율주행과 스마트 에너지 협력을 주제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북미 최대 무선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의 로웰 매캐덤 CEO와는 5세대(5G) 통신기술 협력을 논의했다. 이어 독일로 넘어가 아우디 본사에서 커넥티드카 협력과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다.

황 회장은 “KT가 그저 네트워크를 깔아놓고 돈을 버는 일반 통신회사와 달리 글로벌한 혁신 플랫폼 기업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플랫폼이라고 하면 구글과 아마존을 떠올리는데 이들은 기존 인프라를 이용한 소프트웨어(SW) 측면이 강했다”며 “KT는 하드웨어(HW) 기술을 갖고 있으니 훨씬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내년 2월 열리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전환점으로 삼으려 한다. 그는 슈바프 회장, 머스크 CEO 등 주요 기업 CEO를 만날 때마다 평창 방문을 권유하고 있다. KT가 올림픽에서 처음 시연할 5G 기술을 이들이 직접 보면 그 위력을 알게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그는 “KT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주인도 없는 국민기업”이라며 “자원이 없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정보통신기술(ICT)로 글로벌 진출에 기여하는 게 KT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와 TV가 1위인 한국은 플랫폼 서비스에서도 충분히 1등을 할 수 있다. 그 믿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네바=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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