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뜯기고 계좌 정지… 악성 보이스피싱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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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747명 대포통장 피해

급전이 필요했던 A 씨는 얼마 전 B저축은행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B저축은행은 A 씨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며 선(先)이자를 요구했다. 또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등급을 올려야 하므로 입출금 거래를 대신해주겠다”며 체크카드도 달라고 했다. 이에 A 씨는 B저축은행에 489만 원과 체크카드를 보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전화는 사기였다. A 씨의 체크카드 계좌는 이미 대포통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A 씨처럼 돈도 떼이고 본인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악용돼 금융거래까지 제한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이 같은 ‘이중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747명으로 피해액은 46억2000만 원이다. 피해 규모는 2015년(1130명, 59억6000만 원)부터 매년 증가해 올해 1494명, 92억4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피해 사례 중에는 금융회사를 사칭하며 대출을 빙자해 선이자 등의 명목으로 금전과 통장을 동시에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 또 검찰을 사칭해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며 수사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기고, 해당 계좌가 소멸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계좌정보를 받아 대포통장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예 통장을 양도하면 월 최대 6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대포통장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대포통장인 것이 발각돼 계좌가 지급 정지되면 사기범은 지급 정지를 해제시켜주겠다며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본인이 보유한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분류되면 약 2개월간 해당 계좌가 지급 정지되고 1년간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되면 최장 12년간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금감원은 피해 규모의 60% 이상이 40, 50대 중장년층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자녀 교육비나 생활비, 사업자금 등 대출 수요가 많은 만큼 속아 넘어가기도 쉽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대출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으면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 등을 통해 제도권 금융회사인지부터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또 해당 금융회사에 연락해 전화를 걸어온 직원의 재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계좌#악성 보이스피싱#대포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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