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일본어 좀 서툴러도 일 잘하면 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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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 한국인재 채용상담회 ‘열기’

2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후원하는 한국인재 채용 행사가 열렸다. 면접코칭에 참여한 한 취업준비생이 일어서서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후원하는 한국인재 채용 행사가 열렸다. 면접코칭에 참여한 한 취업준비생이 일어서서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일 저녁,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파소나글로벌 본사.

한국에서 온 취업준비생 5명이 회의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우나리 야후저팬 부장(39)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에서는 문과를 졸업한 여학생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본은 어떤지 궁금합니다.”(취업준비생 박유림 씨·26)

“전공이 전혀 관계없다고 할 순 없어요. 하지만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도 인문학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 점을 강조하면 어떨까요. 지금 일본 취업시장은 구직자들에게 매우 유리합니다. 한국보다 취업하기 쉬우니 자신감을 가지세요.”(우 부장)

“일본에서 외국인이 집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취직하면 살 곳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한신대 4학년 정현기 씨·24)

“일단 셰어하우스(공용주택)나 월 단위로 거주하는 먼슬리맨션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년 이상 일한 후 근무 실적을 보여주면서 찾으면 원하는 집을 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우 부장)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16년 동안 일한 우 부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맞춤형 조언을 했다. 그는 “언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잘하는 부분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 야후저팬에 한국인이 많이 있는데 다른 나라 직원들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 IT 종사자들의 모임인 ‘K-미트업(meet up)’ 운영진 중 한 명이다. K-미트업은 재일 한국인 IT 인재들의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비영리 모임이다. 이날 멘토링 행사에는 우 부장을 포함해 선배 7명이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 50여 명의 고민과 궁금증을 풀어줬다.

2, 3일 도쿄에선 KOTRA 도쿄무역관과 일본 인사기업 파소나글로벌이 주최하고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후원한 한국인재 채용상담회 ‘K-무브 잡 페어’가 열렸다. 2일에는 선배 취업자들의 멘토링과 인사 전문가의 면접코칭이 구직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3일 열린 본 행사에는 일본 기업 48곳이 부스를 마련했으며 한국인 취업준비생 150여 명이 1차 면접을 봤다.

○ 면접은 보수적이고 무난한 복장으로

“남성분들은 면접을 보실 때 넥타이만 바꿔 매면 상갓집에 갈 수 있는 복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여성분들은 단정하고 무난한 가방을 들고 오세요. 가방 안에 메모지, 펜, 우산은 필수입니다.”

멘토링에 앞서 진행된 면접코칭에선 파소나글로벌의 이연경 팀장과 김영주 사원이 면접 요령을 알려줬다. 면접 시 복장부터 노크를 하고 면접실에 들어가는 방법, 나올 때 인사하는 방식까지 구직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일본식 예의범절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팀장은 “금융, 컨설팅 등 일부를 제외하면 일본 기업들은 면접에서 어려운 질문을 하지 않는다”며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본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을 통해 성격을 파악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왜 일본에서 일하려고 하는지, 지원 기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커리어 플랜이 어떤지 등은 공통 질문이기 때문에 미리 연습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그룹별로 나눠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하며 다음 날 면접을 준비했다.

○ 기록적인 구인난, 일본 기업 “한국 인재 환영”

인구감소가 진행 중인 일본에선 기업들이 기록적인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6월 유효구인배율(구인자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비율)은 1.51배로 4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구직자 1명당 1.51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문화가 비슷하고 언어 능력이 뛰어난 한국 인재 채용에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3일 행사에 참여한 통신판매업체 아이시토토의 나카이 준이치(仲井順一) 인사총괄 임원은 “한국 학생들은 일본어, 영어에 능통하고 매우 적극적이면서도 동료들과 잘 지낸다”며 “지금까지 4명을 채용했는데 다들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올해는 1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중에는 일본에 거주하는 유학생보다 면접을 위해 한국에서 날아온 이들이 더 많아 한국의 취업난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앙대 4학년 한지호 씨(25)는 “일본 기업은 아직 정년보장이 되고 당장 일할 수 있는 능력보다 잠재력을 보고 채용한다고 들었다”며 “주변에도 일본 기업에 취업하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강민정 KOTRA 도쿄무역관 K-무브 팀장은 “예전보다 많은 70%가량이 한국에서 온 구직자들이었다”며 “참가 기업의 절반가량이 IT 기업이었는데, 구인난이 심하다 보니 문과 출신이라도 교육을 받았거나 관련 경험이 있으면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도쿄#한국인재#채용상담회#청년#일자리#해외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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