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점진적으로 올려야” “年 15% 인상이 적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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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 원’ 논의]소상공인-근로자 심층 인터뷰

11일 오후 소상공인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마포구 망원역 인근 거리를 많은 시민이 둘러보고 있다. 취재에 응한 소상공인과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모두가 상생하는 방법을 찾자고 입을 모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1일 오후 소상공인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마포구 망원역 인근 거리를 많은 시민이 둘러보고 있다. 취재에 응한 소상공인과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모두가 상생하는 방법을 찾자고 입을 모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내년도 최저임금(올해는 시급 6470원)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당장 1만 원(54.5%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6625원(2.4% 인상)을 내놓은 경영계의 의견 차가 워낙 커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위원들은 업종별 차등화 실태조사를 요구하며 불참을 선언했다 12일 복귀하기도 했다. 실제 소상공인들과 근로자들의 생각은 정말로 어떤 것인지,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 건국대 인근과 망원동, 성수동 등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10명과 근로자 10명 등 총 2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취재 결과 사용자들은 ‘즉시 1만 원으로 인상’에는 대부분 부정적이었지만 현 정부의 공약(연간 15.6% 인상)에는 공감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근로자들 역시 대폭 인상을 바라면서도 ‘즉시 1만 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 “모두 같이 사는 방법 모색하자”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최원경 씨(62·여)는 “즉시 1만 원으로 올리긴 좀 힘들지만 1년에 1000원 정도(약 15%)면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공약(매년 15.6%씩 올려 2020년에 1만 원 달성) 수준이다. 그는 “주인이라고 내 주장만 해서는 안 되고, 노동자도 노동자 주장만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망원동에서 18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최혜경 씨(64·여)는 15% 정도 인상에는 동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씨는 “자식 같은 애들 생각하면 1만 원까지 올려야 할 것 같긴 하다”면서도 “업종별로 지역별로 차이를 두는 것도 방법이고, 건물주들도 무조건 임대료를 올리려고 하지 말고 모두가 같이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최대한 적게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46·여)는 물가, 경제상승률과 연동한 ‘점진적 인상파’다. 그는 “지금 정권이 노동자들의 지지를 업고 있어서 그런지 노동자들만 챙기는 것 같다”며 “우리도 할 게 없어서 장사하는 건데, (정부가) 우리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6개월 전 꽃집을 시작한 김은영 씨(30·여)는 “장사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2020년이 된다고 꽃이 많이 팔려서 돈을 더 번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며 “경제성장이 되면서 임금도 같이 오르면 환영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에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당장 1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소상공인도 의외로 여럿 있었다. 음료전문점 사장 장성현 씨(33)는 “기왕 올리려면 한 번에 1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며 “최저임금이 올라서 장사도 더 잘되고, 경기도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다만 “소상공인들을 위한 세제 혜택이나 4대 보험 지원 등을 정부가 해준다면 더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대문구 신촌의 우동집 사장인 이건승 씨는 즉시 1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에 찬성했다. 그는 “우리도 독일처럼 대학 안 나오고 배관공만 해도 먹고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그런 문제를 자연스레 해결할 수 있다”며 “서비스업의 생산성도 올라갈 것이고, 소비도 진작돼 경기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근로자들도 “즉시 1만 원은 무리”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즉시 1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대체로 현 정부의 공약 수준으로 인상된다면 만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광진구 성수동의 한 건물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춘근 씨(69)는 “나는 용역에 경비직이라 최저임금이 올라도 혜택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1만 원은 너무 많은 거 같다. 현실적으로 8000원 정도면 적당하다”고 말했다. 음료전문점에서 일하는 이원화 씨(23·여)는 “솔직히 아르바이트하는 처지에서 많이 오르면 좋지만 1만 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적어도 7000원은 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나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사립대학 용역 근로자인 김모 씨(44)는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 수준까지 올리면 굳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필요도 없고 노동자들이 파업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모 씨(48·여)는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문제는 취직도 어렵고, 정규직 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쉬워지고, 일자리가 늘어나 취업이 쉬워지면 최저임금을 급격히 안 올려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박종관 인턴기자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최저임금#1만 원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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