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후유증’에 산란계 농가 긴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재입식 절차 까다로워지고 병아리값 급등
계란 한판 7997원… 1년새 49% 급등

경기 용인시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박모 씨(47)는 텅 빈 닭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닭 10만여 마리를 매몰 처리한 뒤 언제 다시 계란을 생산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6개월째 매출이 ‘0원’인 데다 사육 시설을 보수하느라 빚만 늘었다. 박 씨는 “병아리 값도 급등해 다시 닭을 키울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발생해 닭과 오리 3782만 마리가 도살 처분되는 등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낸 AI의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 재입식(새끼 병아리를 외부에서 들여와 키우는 것)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진 데다 병아리 값이 치솟으면서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21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AI가 발생한 산란계 농가 153곳 가운데 병아리 재입식 허가를 받은 곳은 전체의 21.7%인 33곳에 그쳤다. 특히 이 중 병아리 사육을 다시 시작한 농가는 5곳에 불과했다. AI 발생 산란계 농가의 3.3%에 그치는 셈이다. 이들 농가에서 도살 처분된 산란계는 전체 사육량의 36%(2518만 마리)에 이른다.

이처럼 병아리 사육 재개가 쉽지 않은 것은 재입식 허가 기준이 강화돼서다. 산란계 농장이 닭을 다시 키우려면 관할 지자체와 검역본부의 현장 점검을 2회 거친 뒤 3주 동안의 입식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충남의 한 농장 대표는 “영세 농가들이 강화된 기준에 맞게 축사를 보수하려면 올해는 계란 생산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입식 허가를 어렵사리 받아도 급등한 병아리 값이 큰 부담이다. 경기도의 한 산란계 농장 주인은 “마리당 4000원 수준이던 산란중추 가격이 최근엔 1만3000원까지 올랐다”며 “자금이 모자라 축사 절반은 비워뒀다”고 말했다. 그는 “도살 처분 보상금을 아직까지 절반밖에 못 받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는 전국의 달걀 생산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병아리가 산란계로 성장하는 데 약 4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종계 농가도 AI 피해가 컸기 때문에 산란계 농장에 공급할 병아리 수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계란 한 판(30알) 가격은 평균 7997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보다 2628원(48.9%) 높았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ai#병아리값#계란값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