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를 냈는데 사람이 안 와서 큰일입니다. 필요한 ‘티오(TO·정원)’의 반도 못 채운 부서들은 지금 비상이에요.”
얼마 전 여의도에서 만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혀를 찼다. 회사가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경력 직원 수십 명이 필요해 채용공고를 냈는데 회사가 원하는 인재들이 오지 않아 고민이라는 것이다.
얘기를 더 들어 보니 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의 눈높이는 꽤 높았다. 우선 업계 1위 기업에서 인재를 빼오고 싶어 했다. 여기에 별다른 추가 교육 없이도 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 특히 ‘경력 시장’에서 가장 탐내는 5년 차 정도의 ‘대리급’ 경력자를 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기업은 업계에서 처우에 비해 일이 많기로 유명하다.
산업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이처럼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아우성치는 중소·중견기업을 많이 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이 같은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중소기업 천국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중소기업이 2명을 채용하면 3번째 채용하는 직원의 임금 전액을 정부가 3년간 대주겠다는 이른바 ‘2+1’ 공약도 내걸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과연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진정 도움이 되고, 젊은 인재들이 중소기업을 찾게끔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까. 주변에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그만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이유는 하나같이 ‘회사에 미래가 없어 보여서’였다.
이들을 가장 지치게 한 것은 직원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인식이었다. 지금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지원책 대부분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좀 더 편하게 경영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쳐 달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보인다.
다음은 한 중소기업 관계자의 얘기다. 중소기업 대표들이 모이는 한 행사장 주차장이 고급 승용차로 쭉 들어선 일이 있었다. 그러자 주최 측에서 “다음 행사부터는 건물 바로 앞에 주차하지 말고 지하주차장이나 옆 건물 같은 ‘안 보이는 곳에’ 주차하라”고 공지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책들이 소수 중소기업 사장들 배만 불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씁쓸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이 유력해지면서 중소기업 정책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단체들이 요구하는 사항이 중소기업계 전체를 위한 것인지 철저하게 옥석을 가리는 검증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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