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액셀 밟는 삼성전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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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전자업계 첫 임시운행 허가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자동차가 연구소를 벗어나 실제 도로를 달린다.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불과하지만 ‘삼성’이란 두 글자만으로도 국내외 자율주행차 업체들에 충분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종합기술원이 개발하는 자율주행차가 국토교통부의 일반도로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고 1일 밝혔다. 국내 전자업계가 국토부의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자율주행차는 어린이 보호구역 등 교통약자 보호구역을 제외한 전국 어느 도로에서나 달릴 수 있게 됐다.


○ 부품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목적

삼성전자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주행하기 시작하면 삼성이 그리는 미래 자동차의 구체적인 모습도 조금씩 베일을 벗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電裝)사업팀을 신설한 뒤 조직 규모나 연구개발(R&D) 내용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 전장사업 분야 토털 솔루션 기업이 되기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 정도가 고작이었다.

삼성전자 자율주행차는 실제 도로에서 맞닥뜨려도 구별해 내기는 어렵다. 겉모습은 일반 차량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 그랜저 내부에 카메라와 레이더, 그리고 레이저 레이더로 불리는 라이더(레이저 반사광을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 등 다양한 센서를 탑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자율주행차는 부품을 최대한 차량에 매립하는 형태로 제작해 자동차 후면 창문에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운행’이란 표시 외에는 외관상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임시운행에 나서는 목적은 자체 개발 중인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의 기초 테스트를 위해서다. SW는 자율주행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신호체계와 도로 환경,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도로 위 차량들 속에서 자율주행 SW의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해 보겠다는 뜻이다. 도로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데이터로 축적해야 개선점도 찾을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단순히 차세대 차량용 센서나 컴퓨터 모듈 등 지능형 부품 개발을 위한 시험운행에 나선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허가를 받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삼성전자의 5∼10년 뒤 먹거리 발굴을 담당하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기초 테스트를 거친 기술들이 사업부 연구소나 개발팀으로 넘어가 상용화 수순을 밟는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은 초기 연구 단계이며 중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알고리즘 등의 선행 연구를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완성차 사업에 진출한다는 얘기가 또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 “전장부품, 미래 신성장 사업”

삼성전자는 미래 신성장 분야로 전장사업을 지목해 R&D와 기업 인수합병(M&A)에 과감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 및 카오디오 업체 하만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하만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1위), 텔레매틱스(2위), 카오디오(1위) 등 자동차 전장 사업과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가진 기업이다. 인수 금액 80억 달러(약 9조1000억 원)는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각종 정보기술(IT) 부문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차와 차’ ‘교통 인프라와 차’ 등이 소통하는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OTA(무선통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은 아직 초보적 수준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하만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세계 1위 전기자동차 업체 중국 비야디(BYD)에 50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를 확보하기도 했다. 전장부품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하만을 중심으로 커넥티드카 관련 사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핵심 부품, SW 등으로 확대하는 게 삼성전자가 전장 사업에서 그리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삼성전자#자율주행차#임시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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