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예보 지분 매각 → 연내 지주사 신청’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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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올라 공적자금 회수 기준 넘어서


우리은행 주가가 예금보험공사가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매각 가격(주당 1만4200∼1만4400원)을 넘어섰다. 우리은행은 주가 상승세에 힘입어 올해 3분기(7∼9월) 예보 잔여 지분(21%) 일부 매각과 ‘연내 지주사 신청’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예보는 지분 매각 등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온도차가 있다.

○ 우리은행, 예보 지분 일부 팔면 지주사 신청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우리은행 주가는 1만475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350원(2.43%) 상승했다. 예보가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면 매각 가격이 주당 1만4262원 이상은 돼야 한다. 여기에다 일부 투자자가 콜옵션(특정 조건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경우까지 감안하면 최소 매각 가격은 1만4326원이다.

지난해 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예보의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 시점과 관련해 “공적자금 회수 수준을 감안해 기업가치 상승의 이익을 획득할 수 있는 주가 수준에 도달한 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우리은행 주가가 최소 매각 가격을 넘어선 만큼 예보의 잔여 지분 매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3분기 주가를 1만5000원대에 안착시킨 뒤 예보의 잔여 지분 21% 중 절반가량을 판다는 내부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방식은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보 지분 매각에 이어 연내 지주사 전환을 신청한 뒤 내년 상반기(1∼6월)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포인트 정도 오르고, 계열사끼리 고객 정보를 공유하기도 쉬워진다. 계열사 인수합병(M&A)을 위한 조달 비용도 감소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계획대로 예보 잔여 지분 매각이 추진되려면 주가가 순항해야 한다. 우리은행 주가는 1분기(1∼3월) 실적 발표를 이틀 앞둔 17일 1만4000원을 찍고 19일부터 4거래일 연속 올랐다. 우리은행은 1분기에 637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2011년 2분기(4∼6월)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 우리은행-예보 입장 차 커, 첩첩산중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23∼29일 일정으로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로 기업설명회(IR)를 떠나며 주가 띄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예보 측의 견해차가 적지 않아 잔여 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은행 측은 지주사 전환에 중점을 두고 예보 지분 매각을 서두르는 분위기지만, 예보 측은 좋은 값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이라는 빠듯한 일정에 제값을 쳐줄 매수 희망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우리은행 민영화 당시 할인율(약 7%)을 감안하면 우리은행 주가가 1만5600원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예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지주사 전환 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도 예보는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예보 고위 관계자는 “집주인은 아무 말이 없는데 전세 사는 사람이 집을 팔겠다고 말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권 교체기에 금융당국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입장도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을 허용할지 입장이 명확히 서야, 예보의 지분을 인수할 잠재투자자들에게 향후 비전을 설명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해 상충 우려가 있는 보험, 증권 등 일부 과점주주를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우리은행은 외부 반발을 감안해 지주사 전환 목표 시점을 연내에서 내년 상반기로 미룬 상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론’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임기(2019년 3월) 내에 민영화와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려고 지나치게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1분기 신한, KEB하나, KB국민은행 등 경쟁 은행이 가계대출을 1조 원 이상 줄이는 사이 우리은행의 가계대출만 큰 폭(8530억 원)으로 늘었다”며 “주가를 올리기 위한 행보가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우리은행#주가#지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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