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청산가치 무조건 보장”… 국민연금, 막판 고심끝 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대우조선 살리기 심야 대타협

산업은행-수출입은행장 ‘동분서주’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를 하루 앞둔 16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왼쪽)과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가운데)이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산업은행-수출입은행장 ‘동분서주’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를 하루 앞둔 16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왼쪽)과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가운데)이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를 하루 앞둔 16일 막판까지 장고를 거듭하던 국민연금공단과 대우조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심야 대타협’을 이뤘다.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자 협상의 돌파구가 열렸다. 산은은 ‘청산가치’만큼은 무조건 보장하고, 국민연금은 ‘지급보증’ 요구를 철회한 것이다.

대우조선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노사 고통 분담에 이어 17, 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사채권자들의 동의까지 얻어내면 본격적인 자율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달 말 2조9000억 원의 ‘마이너스 통장(한도성 여신)’을 열어주고 상반기(1∼6월)에 채권자들의 출자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 채권단, “청산가치 보장”에 돌파구 열려

13일 저녁 이동걸 산은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정부의 자율 구조조정안 발표 이후 처음으로 회동하면서 양측은 합의점을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14일 저녁 국민연금이 다시 “대우조선이 파산하더라도 산은과 수은이 회사채를 지급보증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양측은 다시 평행선을 달렸다. 15일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를 열겠다고 압박하자 산은은 이날 저녁 최종 채무조정안을 담은 이행확약서를 국민연금에 보냈다. 16일 오전에는 나머지 기관투자가 33곳에도 같은 내용의 확약서를 발송했다.

산은은 이행확약서에서 자율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즉시 대우조선 명의의 별도 계좌에 사채권자가 청산 시 건질 수 있는 금액(청산가치)인 1000억 원(6.6%)을 입금해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연금 측이 “불확실한 50%(만기를 연장해준 회사채 50%)보다는 확실하게 청산가치라도 건지는 게 낫다”고 주장하자 역제안을 한 것이다. 또 기존의 ‘우선상환권’ 제안보다 한발 더 양보해 내년부터 매년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의 상환 능력이 확인되면 회사채 조기 상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이해당사자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을 제시했다”며 국민연금에 마지막 공을 넘겼다.

국민연금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국민연금뿐 아니라 대우조선에 투자한 모든 투자자의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따진 뒤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결단에 감사하고, 아울러 다른 기관투자가들에도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남은 사채권자 동의 얻어야

국민연금의 찬성을 얻은 대우조선이 넘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은 17, 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100% 동의다. 대우조선은 이틀간 5번에 걸쳐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모두 동의를 받아내야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을 피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등 다른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크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부족 자금이 이달 말 회사채 4400억 원을 포함해 9000억 원, 다음 달에는 1조4000억 원으로 늘어난다”며 사채권자들의 전향적인 검토를 촉구했다. 동시에 “P플랜으로 가면 채권자들의 손실은 4조4000억 원으로, 자율 구조조정(3조1000억 원)보다 1조3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압박했다.

사채권자의 동의를 받아내면 산은과 수은은 이달 말 2조9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공급한다. 최근 안젤리쿠시스그룹으로부터 수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도 즉시 발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이 부결되거나 기업어음(CP) 투자자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P플랜 신청 준비도 마무리했다.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P플랜 준비가 98% 끝났다”고 말했다. 또 이날 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감독원, 산은, 수은 등 유관 기관과 P플랜을 대비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정민지 기자
#대우조선#p플랜#회생#채무조정안#채권자#산업은행#국민연금#심야타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