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방향은 맞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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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훈 前 신한금융지주 사장,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금융권 복귀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1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은 가야하는 방향”이라며 국내 
은행권에 “호황에 위기를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1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은 가야하는 방향”이라며 국내 은행권에 “호황에 위기를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주사 전환은) ‘좌판’이 넓어진다는 점,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야 하는 방향이 맞다.”

6년 만에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금융권에 복귀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69·사진)을 1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만났다. 그가 공식적으로 언론에 나선 것은 2012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이후 5년여 만이다.

신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우리은행 과점주주인 한국투자증권 추천으로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일각에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 증권, 보험업 과점주주가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은행과 주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신 전 사장이 ‘지지 발언’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다만 “주주사들과 충돌이 생기지 않게 (계열사들을 인수하는) 우선순위를 달리 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이 주주사들과 최대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 방향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잔여 지분 21% 매각 시기와 지주사 전환 시기가 맞아떨어지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보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가격만 맞으면 빨리 매각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신 전 사장은 2010년 ‘신한사태’가 발생한 지 6년 6개월 만인 지난달 당시 제기된 배임 및 횡령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그에게 2000만 원 벌금형을 확정했다. 그는 “6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의 족쇄가 풀렸다는 점에선 시원하다”면서도 “판결문에서 (경영 자문료 2억6000만 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는데도 당시 은행장으로서 관리 책임을 물어 일부 횡령을 인정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신한사태는 2010년 신한은행이 당시 신 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4연임에 성공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 전 사장과의 권력 갈등이 배경이 됐다. 그는 “과거를 덮기보다는 진상 규명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신한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날 따르던 사람들이 인사상 테러를 당하고, 지금도 그(신한) 안에서 홀대받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친정인 신한에 대한 조언도 꺼냈다. 사실상 오너로서 외풍 차단 역할을 하던 재일교포 주주의 지분이 최근 2∼4세로 넘어가면서 경영진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전 사장은 “재일교포 주주들이 스스로 사외이사들을 선출하거나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전 사장은 국내 은행권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통해 시장을 넓히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보다 안방에서 편안하게 고배당, 고임금 등 과점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은행들의 ‘수신 구조 하부 안전판’이 얇아지고 있다”며 “호황 때 위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높은 금리로 고객을 빼앗아 가면 은행의 수신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도한 손익 목표를 세워 놓고 투자나 대출을 지나치게 하면 실탄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개혁을 위한 독립위원회도 제안했다.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자기 입장만 앞세우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공급자(금융회사)와 감독자(금융당국), 소비자가 협치 기구를 구성해 어젠다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신상훈#우리은행#지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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