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한마디에 울고 웃는 그룹 주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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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되면 안정적으로 배당 확보… 지배구조도 투명해질 것 기대감
현대차 긍정적 전망에 하루새 8.6%↑… 삼성전자 “지금 어렵다” 발표에 ‘뚝’
자금 많이 들고 “승계 준비용” 오해… 현재는 지배구조 개편 순탄치 않아
“장기적으론 선택 아닌 필수 사항”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선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하자 주총장이 술렁였다. 이전까지 연일 고공 행진을 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거래일보다 0.72% 하락했다. 지배구조 관련 회사인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주가도 각각 7.27%, 8.47% 떨어졌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실적 개선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대기업 주가에 지주회사 변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주사 전환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는가 하면 지주사 전환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에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21일 지주사 전환 기대감에 하루 만에 주가가 8.63% 올라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주사 전환이 주가 상승의 호재로 작용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배당 확보가 가능한 데다 기업의 경영활동과 지배구조가 더 투명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일반기업은 지배 관계에 있는 종속회사만 공시하면 되지만 지주사가 되면 자회사 전체를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경영활동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지주사 전환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질 때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데다 경영 승계 등의 복잡한 변수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 후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수익이 늘고, 지주사의 주당 배당액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권사인 번스타인은 삼성전자가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되면 주가가 현재보다 43%가량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 규제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향후 지주사 전환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돼 있다. 기존 순환출자를 3년 내에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도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도 순환출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있는 삼성과 현대차, 롯데 등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순환출자의 대안으로 꼽히는 지주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는 점이다.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 규제가 지주사 전환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또 지주사로 전환할 때 자사주 활용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과 상법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회사 의무소유비율을 높이고 부채비율 한도를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주회사들이 자회사 의무소유비율을 맞추려면 큰 자금이 들 수밖에 없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지주사#전환#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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