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4차 산업혁명’ 물결 타고 금융영토를 넓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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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 불안-美금리인상 등
금융시장 ‘내우외환’ 거친 파도

과감한 변화와 디지털 혁신으로
전통적 금융의 테두리 벗어나야

 올해도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영 환경은 ‘시계(視界) 제로’다. 작년부터 이어진 국내 정치 불안과 기업 구조조정, 미국의 금리 인상,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내우외환’의 거친 파도가 금융시장을 뒤덮고 있다. 무엇보다 핀테크(금융+기술)의 확산에 ‘4차 산업혁명’ 물결까지 더해져 금융업의 경계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금융권 수장(首長)들은 디지털 금융과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주된 경영 화두로 내세웠다.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전통적인 금융의 테두리 밖으로 영토를 넓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국내 금융계를 대표하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2017년 경영 전략과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 혁신… 핀테크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금융권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디지털 금융 혁신’을 최우선 전략으로 내세웠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올해 본격 영업을 시작하는 등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가 갈수록 늘고 있다. 모바일 등 디지털 영역에서 금융회사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금융회사나 금융인이 있는 곳에만 금융이 있고 고객은 알아서 찾아온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비(非)금융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의 디지털 생활 속으로 들어가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조직 운영 체계와 의사결정 프로세스 등 내부 시스템도 디지털 체제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디지털 금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KB가 디지털 금융의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 로보어드바이저, 생체인증 등 핀테크 영역에 대한 인력과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핀테크 무한경쟁 시대에는 손님이 직접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오가닉 비즈니스’ 기업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하나금융이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통합멤버십 ‘하나멤버스’도 손님이 스스로 홍보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해 오가닉 비즈니스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의 이광구 행장은 ‘새로운 내일, 더 강한 은행’을 올해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핀테크의 발달로 주거래은행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며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통, 교육 등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 기반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도 지주에 디지털금융단과 은행에 디지털뱅킹 본부를 신설하는 등 디지털 금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과감하게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창업 및 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산관리 및 그룹 시너지 확대로 성장동력 확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KB증권을 출범시킨 윤종규 회장은 은행, 보험, 증권 등 계열사 간의 시너지 확대를 주요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특히 고객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분야에서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올해는 모든 계열사가 한 팀이 돼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한동우 회장도 “디지털, 글로벌, 자산운용 등 계열사 간의 협업 확대가 필요한 영역을 찾아 그룹 차원의 공유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겠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인적 자원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환 회장은 “금융뿐 아니라 유통, 경제, 상호금융 등 다양한 업종의 범(汎)농협 계열사를 기반으로 올해 WM 및 CIB 부문의 성과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도진 행장은 “은행과 자회사 간, 자회사 상호 간의 시너지를 강화해 복합점포를 대폭 늘리고 비은행 부분이 전체 은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역설했다.

 김정태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진정으로 하나 된 회사’를 지향해 채널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상품개발 통합 플랫폼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수장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잇달아 내놓았다. 한동우 회장은 “외부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광구 행장도 “철저한 뒷문 잠그기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며 “특히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비해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출 부실에 대비해 1조 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은 농협금융도 리스크 관리를 주요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김용환 회장은 “올해는 각종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찾아내고 시의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선제적 대응 체계를 반드시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진부한 비유가 설 자리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4차산업혁명#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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