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구두 유통문화 바꾼 ‘게임 체인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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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더디자이너

 “구두는 유통마진이 40∼50%로 너무 많아요. 정가에 사는 소비자만 손해 보는 구조지요. 구두산업의 무너진 가치사슬을 바꿀 겁니다.” 제화업계의 유통구조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청년 최고경영자(CEO)의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3대째 제화 가문에서 자란 수제구두 브랜드 스타트업 ‘맨솔(MANSOLE)’의 박기범 대표. 이모할아버지가 ‘엘칸토’의 창업자인 김용운 전 회장이고, 외조부는 엘칸토의 고문역, 외삼촌은 ‘무크’의 전 사장이다. 친아버지 또한 남화구두 공장을 운영해왔다.

 그는 무크에서 8년간 MD로 일하던 중 구두디자인 게임애플리케이션 ‘유아더디자이너’를 개발했다. 전통적 구두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한 구두를 신을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핵심. 이후 성수동 제화 장인·공장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맨솔’을 창업해 유통구조 간소화를 통해 높은 품질의 수제구두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으며, 찾아가는 O2O 서비스를 통해 구두 유통문화를 바꿔 버린 제화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전문 코디네이터 ‘솔맨’이 직접 방문해 발 모양과 치수를 재고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디자인과 색상도 추천한다. 약 2주 뒤 도착하는 제품은 30년 구두장인 평생의 업이 담긴 세상 단 하나뿐인 맞춤구두. 30∼50만 원의 백화점 제품보다 좋은 질에 가격은 절반에 불과하다. 맨솔은 제화산업의 유통뿐 아니라 생산에 있어 IT와의 융합을 통한 효율성을 높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 진출해 큰 반응을 일으키는 등 세계시장 속에서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불합리한 처우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제화업계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기술 연구와 수제구두 장인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한 스토리펀딩에서 목표액인 500만 원을 뛰어넘는 금액이 모금됐다. 박 대표는 “현재 30년 경력의 장인들의 보수가 일반적 유통과정을 거친 구두가격의 2∼3% 수준으로 매우 열악하다”며 “펀딩을 통해 마련된 금액은 제화산업 내 생산·유통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는 데 쓰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학선 기자 suni12@donga.com
#구두#유아더디자이너#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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