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임장혁]코레일,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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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혁 이탈리아 패리지그룹 이사
임장혁 이탈리아 패리지그룹 이사
 중국의 철도산업은 우리나라 코레일에 해당하는 중국중차그룹(CRRC)이 주도하고 있다. CRRC는 전 세계 102개국에 각종 철도 관련 설비, 차량 및 기술을 수출하고 있으며 2015년 해외 매출은 39억 달러를 넘어 전년 대비 67%의 급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해외 매출은 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밝힌 바 있어 중국 철도의 성장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시진핑 정권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힘입어 CRRC는 중국 내 철도망 확충은 물론이고 인근 국가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국내 고속철도망은 전체 1만9210km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길며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러시아를 지나 동유럽까지 중국 열차가 오성홍기를 휘날리며 달리고 있다. 내년 말에는 중국 청두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15일에 주파하는 셔틀철도운송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해상운송보다 월등한 운송시간 단축을 통해 중국발 운송물류시장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CRRC는 전차 전동차 열차 전기버스 및 철도 교통시스템 주요 제품을 생산하는 체코 슈코다트랜스포트의 지분 100% 인수 계획을 최근 밝혔다. 아직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본협상이 타결되면 외국 철도생산업체를 인수하는 중국의 첫 사례가 된다. 영국의 다이넥스, 독일의 보게엘라메탈 등 철도기술 보유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도 예정되어 있다. 이 같은 인수합병을 통해 CRRC는 기술 향상을 도모하고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중국의 철도굴기가 가속화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코레일은 독점 체제하에서 국내 철도 운영 관리에만 몰두하여 20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철도 시장에서 지난해 중고 기관차 수출로 120억 원의 초라한 매출 성과를 거뒀다.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추진 전략과 정책이 없는 상황이다.

 좁은 국토에서 코레일이 앞으로 국내 시장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미래 통일 한국을 대비하고,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교통망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또 혁신과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철도산업에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정부가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철도산업 정책을 세워야 한다.

임장혁 이탈리아 패리지그룹 이사
#중국 철도산업#코레일#철도산업#cr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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