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홈 비서… IoT 냉장고… 일상이 된 ‘미래’

  • 동아일보

‘스마트홈’ 서비스-가전 2題

《 집이 똑똑해지고 있다. 이동통신회사는 ‘인공지능(AI)’ 서비스와 결합된 스피커를 출시해 가정 내 가전기기 제어는 물론이고 음성만으로도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전회사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 터치패널을 냉장고에 부착해 부족한 식자재를 즉각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홈의 모습이 AI와 IoT에 힘입어 현실이 되고 있다. 》

● SK텔레콤 사투리까지 알아듣는 ‘누구’ 시판

원통 스피커 모양 기기에 말 걸면 가전 제어하고 날씨-일정 알려줘

31일 SK텔레콤은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 ‘누구(NUGU)’가 탑재된 전용기기를 
선보였다. 누구는 원통형 스피커 형태로 ‘팅커벨’ 등의 이름을 부른 뒤 질문하면 발광다이오드(LED)가 켜지며 상황에 맞는 답을 
내놓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1일 SK텔레콤은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 ‘누구(NUGU)’가 탑재된 전용기기를 선보였다. 누구는 원통형 스피커 형태로 ‘팅커벨’ 등의 이름을 부른 뒤 질문하면 발광다이오드(LED)가 켜지며 상황에 맞는 답을 내놓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팅커벨, 노래해줘.”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노래 한 곡을 정중하게 요청하자 바이브레이션(떨기 창법)까지 곁들여 흥얼거리는 팅커벨은 인간이 아니다. 한국말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답을 내놓는 ‘인공지능(AI) 홈 비서’다.

SK텔레콤이 3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음성인식 기반 AI 서비스 ‘누구(NUGU)’를 선보이고 스피커 형태의 누구 전용기기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음성인식 기반 AI 서비스와 전용기기가 결합돼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홈 비서 시대의 막이 오른 셈이다.


○ SKT, 인공지능 대중화 물꼬 터

SK텔레콤의 누구는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파악한 후 △TV, 제습기 등 7가지 스마트홈 가전기기 제어 △음악 추천 및 자동 재생 △날씨 및 일정 등 정보 안내 △스마트폰 위치 찾기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에는 △인터넷 쇼핑, 배달 음식 주문 △T맵 연계 실시간 빠른 경로 안내, 간편 지식 검색 △인터넷 라디오 재생, 뉴스·구연동화 낭독 등의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이다.

음성인식 허브인 누구를 각 가정에 보급함으로써 SK텔레콤은 인터넷상의 온라인 장터 같은 플랫폼을 음성인식 기반으로 새롭게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보급 대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플랫폼 사업자의 위상과 이익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누구 전용기기를 구매한 뒤 애플리케이션 장터에서 ‘누구 앱’을 다운로드한 뒤 회원가입을 한다. 앱을 켜고 스마트폰과 누구 전용기기 ‘연결’을 터치하고 집안에 설치된 와이파이 장치를 선택한 뒤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그 다음 앱상에서 음원업체 멜론, 스마트홈 가전기기 등을 연결하는 버튼을 터치하면 된다.

구매는 11번가, 누구 홈페이지(www.nugu.co.kr)에서 가능하다. SK텔레콤은 10월 말까지 팅커벨을 9만9000원(정상가의 60%)에 판매할 예정이다. 통신사와 상관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KT는 4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16’에서 디스플레이 액정화면에 스피커가 딸려 있는 모습의 소형 로봇 ‘오토(OTTO)’를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연내 출시가 목표다. 자사 KT뮤직과 연계한 스피커 모양의 AI 홈 비서 ‘기가 지니’도 준비 중이다. LG유플러스는 2월 음성을 알아듣고 전자기기 19종을 제어할 수 있는 ‘IoT 허브’를 선보인 바 있다. 현재 이 시스템은 3000개의 저장된 언어를 알아듣지만 다양한 질의에 곧장 응답할 정도로 지능화하지는 않았다. 이에 LG전자 등과 AI 홈 비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음성제어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아울러 IoT 허브와는 별도로 스피커 형태의 AI 홈 비서 개발에도 나선 상태다.
○ 글로벌에서도 AI 홈 비서 열풍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AI 홈 비서 시장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아마존은 2014년 AI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가 탑재된 스피커 형태의 ‘에코’를 출시해 현재까지 300만 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5월 미국에서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AI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를 소개하고 이 서비스가 탑재된 스피커 형태 AI 홈 비서 ‘구글 홈’을 연내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페이스북은 영화 ‘아이언맨’의 AI 개인비서 ‘자비스’를 롤모델 삼아 만든 AI 로봇 집사를 다음 달 공개할 예정이다.

김희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가전기기를 이용한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와 용도의 가상 비서 콘셉트의 지능형 기기가 등장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냉장고 식재료 주문하고 레시피도 척척

獨IFA 출품 유럽용 ‘패밀리 허브’… 화이트보드 기능등 ‘가족 연결’ 눈길

삼성전자의 유럽향 상냉장·하냉동 2도어 형태 ‘패밀리 허브’ 냉장고. 356L 용량의 이 제품은 실버와 블랙 두 가지 색상으로 이달부터 판매된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유럽향 상냉장·하냉동 2도어 형태 ‘패밀리 허브’ 냉장고. 356L 용량의 이 제품은 실버와 블랙 두 가지 색상으로 이달부터 판매된다. 삼성전자 제공
냉장고 벽면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온라인에 접속한 뒤 필요한 식재료를 터치 몇 번으로 간편하게 주문한다. 냉장고 속에 보관된 식품을 냉장고 터치스크린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확인한다. 요리할 땐 미리 냉장고에서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요리 노하우가 담긴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는다.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이미 현실로 다가온 부엌의 진화한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2일(현지 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 가전전시회(IFA) 2016’에 선보이는 ‘패밀리 허브’ 냉장고 유럽향 제품의 주요 기능들이다. 유럽향 패밀리 허브는 상칸 냉장실 외부엔 21.5인치 터치스크린이, 내부에는 카메라 3대가 장착돼 있어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3월 한국과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패밀리 허브는 냉장고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미래형 냉장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라 소비자들이 낯설어 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패밀리 허브는 국내 출시 20일 만에 1000대 넘게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은 이 제품을 ‘과거에 뿌리를 둔 미래형 냉장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외부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화이트보드처럼 활용해 가족이 서로에게 짧은 손편지를 남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과거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디지털화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3년여에 걸쳐 패밀리 허브 냉장고 등 스마트가전 업무를 담당해온 최익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단순히 식품을 저장하던 냉장고에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만들어낸 패밀리 허브에 삼성전자의 미래 가전사업 전략의 핵심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차별화만으로는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고 콘텐츠를 앞세운 소프트웨어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 IoT 기술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적 능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패밀리 허브뿐만 아니라 최근 내놓는 스마트 가전 제품의 API(프로그램 명령어 덩어리)를 완전히 개방해 통신사와 유통업체 등 다양한 외부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집 안의 가전제품이 다양한 기기 및 서비스와 연결되면서 ‘스마트홈’을 앞당기는 허브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최 상무는 “서비스 생태계가 구축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홈, 즉 나를 알아보고 반응하는 집이 실현될 것”이라며 “IoT 기술과 함께 다양한 사용자의 경험이 축적된 데이터의 분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를린=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스마트홈#sk텔레콤#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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