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 합법화 길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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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t 미만 소형화물차 증차 규제 12년만에 해소
국토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사실상 신규 허가가 동결됐던 1.5t 미만 소형 영업용 화물차에 대한 규제가 12년 만에 풀린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대형 택배업체들이 소형 택배차량을 대폭 늘려 택배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불법 논란을 빚었던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의 ‘로켓배송’도 합법화의 길이 열렸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운송업계, 차주단체들 간 합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30일 발표했다.

○ ‘갈라파고스 규제’ 12년 만에 해소

이번 방안의 핵심은 차량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소형 화물차의 진입 규제를 해소해 사실상 등록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대로 운영하는 개인 업종의 1.5t 미만 택배용 화물차와 일반 업종(20대 이상)의 1.5t 미만 소형 화물차의 증차 및 신규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정부는 2004년부터 화물자동차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해 규제해왔다. 2003년 화물차 과잉 공급에 따른 수입 악화 문제 해결을 요구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사태로 인해 만들어진 조치였다. 이후 10년 이상 신규 허가가 사실상 동결돼 운송업체가 신규 차량을 확보하려면 차량 1대당 2000만∼4000만 원의 비싼 웃돈을 지불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증차 규제를 ‘7대 갈라파고스 규제’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생활물류 분야인 택배의 경우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데 비해 택배차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 결과 현재 운행 중인 택배차량 4만5000여 대 가운데 1만3000여 대는 영업용이 아닌 흰색 자가용 번호판을 단 ‘불법 차량’이었다. 자가용 차량을 이용한 ‘로켓배송’을 놓고 한국유통물류업체와 쿠팡 사이에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토부는 택배 차량 수급 제한이 풀리고, 쿠팡과 같은 유통·제조업체의 화물운송시장 진입이 허용되면 택배차량이 연간 5000대가량 증차돼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무분별한 증차를 막기 위해 신규 허가 차량에 대해 직영 의무(20대 이상), 양도제한, 허가 범위를 초과하는 대형 차량으로의 교체 금지 등의 조건을 내걸기로 했다.

이 밖에 차량 중량과 대수에 따라 용달, 개별, 일반화물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던 업종구분의 칸막이를 없애 개인(1대)과 일반 화물(20대 이상)로 단순화했다. 영세 차주의 수입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참고원가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음 달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행할 계획”이라며 “택배차량 신규 공급 등 일자리가 창출되고 혁신기업 및 물류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 이해득실 제각각 달라 갈등 커질 듯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택배업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터라 한동안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류협회는 “정부가 법을 바꿔 쿠팡의 로켓배송을 합법화시켜 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쿠팡이 택배시장을 교란하고 기존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보고 쿠팡과의 법정 다툼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 등 대형 택배업체는 신중하게 득실을 계산하는 분위기다. 업체 관계자는 “이번 발표로 증차 규제가 완화돼 배송 경쟁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쿠팡처럼 직접 배송에 나서는 판매업체가 늘어날 경우 기존 택배업체들에는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법 논란을 빚었던 ‘로켓배송’이 마침내 합법화된 데 대해 쿠팡은 내심 반기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이은택·김현수 기자
#쿠팡#로켓배송#합법화#1.5t#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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