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청업체엔 대금 후려치기 ‘갑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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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로 덩치 키운 재벌 계열사들
한화S&C-한진정보통신 등 대상… 공정위, 하도급법 위반혐의 조사
CJ엔 일감 몰아주기 제재 착수

내부거래로 일감을 몰아 받아 덩치를 불려온 재벌그룹 계열사들이 자신들의 일감을 넘겨받은 하청업체엔 대금을 깎거나 지급을 미루는 등 ‘갑질’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14일 소프트웨어(SW)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한화S&C, 한진정보통신,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현장 직권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가 SW 업계에 대해 직권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또 극장 광고를 담당하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CJ그룹에 대해서도 혐의 내용과 제재 방침 등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최근 발송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S&C 등은 △하청업체와 구두계약을 하거나 하도급계약서에 세부 사항을 명시하지 않고(서면 미교부) △하도급 대금을 깎거나 늦게 지급했으며(대금 미지급) △계약서나 입찰명세에 없는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정(부당 특약)을 강제한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한화S&C와 한진정보통신은 공정위가 지난해부터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집중 조사를 해온 재벌그룹 계열 시스템통합(SI) 회사들이다. 현재 거의 모든 기업에서 전산시스템 통합이 이뤄지는 가운데 재벌 계열사 중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SI 업체들은 계열사 일거리를 독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삼형제(김동관 동원 동선 씨)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매출은 설립 직후인 2002년 83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8720억 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삼형제가 주요 주주가 된 2005년 이후 매출이 급성장해 2006∼2010년 연평균 매출성장률이 33.3%나 됐다. 한화S&C의 지난해 개별재무제표 매출액 3987억 원 가운데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액은 2158억 원(52.3%)에 달한다. 공정위는 조만간 한화그룹 관련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검찰의 기소장에 해당)를 보낼 방침이다.

한진그룹 계열사 한진정보통신도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75.6%에 달했다. 한진정보통신은 한진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의 지분이 0.65%에 불과하지만 아들 원태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조 회장의 삼남매(조현아 원태 현민 씨)가 지분 94.46%를 보유한 유니컨버스가 공정위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받자 지난해 유니컨버스의 콜센터 사업을 넘겨받았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올 6월 한진 측에 심사보고서를 보낸 바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SW 업종에 대해 지속적인 점검을 해 나갈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SI 계열사들을 포함해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SW 업종 하도급 불공정행위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CJ주식회사에 심사보고서를 보내고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CJ주식회사가 운영하는 CJ CGV가 극장 광고업 대행업무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 재환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몰아준 혐의를 잡고 1월부터 조사해왔다.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달 말 전원회의를 열어 검찰 고발과 과징금 처분, 시정명령 등 CJ주식회사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한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하청업체#내부거래#하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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