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약경쟁률 높다지만… 10곳 중 4곳 초기계약률 70% 미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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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률 47 대 1’이라더니… 알고보니 미분양


《 지난해 이후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주택 청약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10일 올해 1분기(1∼3월) 주택분양이 이뤄진 전국 38개 시군구의 초기계약률(분양 후 3∼6개월 계약률)을 분석한 결과 10곳 중 4곳이 평균 7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 수요 등으로 청약열기가 뜨거운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뜻이다. 청약경쟁률을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지난해 12월 광주 동구 계림동에서 분양된 A 아파트는 400여 채 모집에 5200여 명의 청약자가 몰려 소위 ‘청약 대박’을 기록했다. 시행사는 일부 타입의 최고 경쟁률이 47 대 1에 이른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잔치의 뒤끝은 초라했다. 당첨자 대부분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올해 3월 말까지 10채 중 7채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한 입주 예정자는 “분양 초기에 프리미엄(웃돈)이 붙지 않자 ‘떴다방’ 등 투기세력이 무더기로 계약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완공 뒤에도 이웃집이 비어 있는 ‘유령 아파트’에 살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 청약 대박에 감춰진 ‘거품 주의보’

지난해 이후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으면서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전국적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 계약률은 이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청약 열기에 편승한 ‘묻지 마 청약’ 때문에 청약률과 계약률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주택 분양이 이뤄졌던 전국 38개 시군구 중 16곳의 평균 초기 분양 계약률이 70%를 밑돌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총 40곳 중 4곳)보다 4배로 늘어난 수치다.

초기 분양 계약률(초기계약률)은 주택 분양이 시작된 이후 3∼6개월 동안의 계약률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업계에서는 초기계약률이 70% 이상이면 분양 성적이 양호한 것으로 본다.

지역별로는 분양 활황 지역으로 알려졌던 지방 대도시들의 미분양 증가세가 눈에 띈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구(61.9%) 금정구(61.9%) 기장군(57.0%) 등 3곳의 초기계약률이 전국 평균(70.5%)에 못 미쳤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이들 지역에서는 모든 주택이 ‘완판’됐다.

광주 북구의 평균 초기계약률(46.5%)도 지난해 같은 기간(97.2%)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2분기(4∼6월) 100%에 가까웠던 충남 천안시, 충북 청주시의 계약률은 올해 각각 42.4%, 39.5%로 떨어졌다. 계약률이 40%를 밑돌면 건설사가 공사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미분양 경고등이 켜졌다. 경기에서는 광주(36.2%) 안성(46.5%) 고양시(69.1%) 등의 계약률이 낮은 편이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평균 계약률이 100%에 가까웠던 서울에서도 올해 1분기 들어 도봉(32.6%) 마포(94.0%) 서초(95.5%) 동대문구(95.8%) 등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 청약률만 믿었다간 낭패

전문가들은 웃돈을 노린 투기 수요자의 비중이 커지면서 청약률과 계약률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구와 부산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각각 35.6 대 1, 25.6 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평균 초기계약률은 지난해 2분기 100%에서 올해 약 81%로 떨어졌다. 주택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 열기가 지난해보다 떨어지면서 시행사가 지역 공인중개사 등에게 청약을 시켜 경쟁률을 높이는 ‘바람잡이식 분양’도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50만 채 이상의 아파트가 분양되면서 상당수의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마쳤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을 이어가고 있어 앞으로도 청약률과 계약률의 괴리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팀장은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은 커진 반면 건설사들은 공급량과 분양가를 줄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분양 경기의 가장 정확한 지표인 초기계약률을 시군구 단위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HUG는 시도별 초기계약률만 매 분기 공개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분양 계약률을 영업 비밀로 다뤄 구체적인 발표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시군구별 자료는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양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져 시도 단위의 계약률로는 수요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인접 단지의 계약률도 모른 채 청약하는 ‘깜깜이 분양’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실수요자들”이라며 “계약률을 사업장별로 공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thousand@donga.com·김재영 기자 

2014년 3분기~2016년 2분기 전국 시·군·구별 초기분양계약률 추이



#청약#분양#경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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