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출’ 논란에 가로막힌 한국형 미래농업 프로젝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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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새만금 스마트팜’ 사업 무산
76ha 단지에 ICT 기술 접목… 토마토-파프리카 전량 수출 계획
농민단체 “국내 유입땐 값 폭락” 저지
LG측 “상황 바뀌면 재추진”

LG CNS가 ‘스마트 바이오파크(Smart biopark)’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했던 전북 군산시 새만금 산업단지 1공구 모습. 새만금개발청 제공
LG CNS가 ‘스마트 바이오파크(Smart biopark)’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했던 전북 군산시 새만금 산업단지 1공구 모습. 새만금개발청 제공
LG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체인 LG CNS가 주도해 추진한 ‘스마트 바이오파크(Smart biopark)’는 전북 군산시 새만금 산업단지 1공구 안에 한국형 스마트팜 설비 및 솔루션 개발 연구개발(R&D) 센터, 재배실증단지 등을 갖춘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복합단지의 총면적은 76.2ha(약 23만 평)로 투자 예정 금액은 3800억 원. LG CNS가 농민들을 상대로 발표한 설명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팜 전체 제어 프로그램 및 데이터 분석을 맡은 LG CNS를 중심으로 LG전자, LG화학, LG하우시스 등이 협력해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였다.

하지만 “2020년까지 34조 원 규모로 성장할 스마트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LG CNS 측과 “결국 국내 농가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농민단체가 접점을 찾지 못해 미완의 프로젝트로 남게 됐다. LG CNS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업 추진이 힘들지만 상황이 바뀌면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 ‘농민 생존권’ 주장에 가로막힌 혁신

LG 측은 스마트 바이오파크 가운데 26ha에는 스마트팜 설비 구축 및 유지 보수, 농업설비 R&D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 단지는 해외 투자사와 합작해 설립할 ‘농업지원 서비스 회사’가 운영하기로 했다. 나머지 50ha는 영국계 투자회사가 매입한 뒤 재배단지를 꾸려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토마토, 파프리카는 전량 수출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사실상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라며 반발했다. 농민단체들은 “50ha 규모로 조성될 재배단지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이 전량 해외로 수출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국제 시장 환경에 따라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면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업을 주도한 LG CNS 측은 올해 2월 새만금개발청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뒤 농민단체들과 접촉해 설득 작업을 벌였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사이 농민단체들의 반발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4일 경남수출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 부산경남토마토생산자협의회, 전국농민부산경남연맹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대기업의 농업 진출 저지를 위한 경남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 다 죽이는 대기업 LG의 농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19일에는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도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중묵 자조회장은 “앞으로 LG CNS 측과 어떤 대화도 하지 않고 총력을 다해 (LG의) 농업 진출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토마토, 파프리카 생산자들로 구성된 ‘대기업 농업 진출 저지를 위한 농업계공동대책위원회’도 “농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대기업의 농업 분야 진출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걸음마 단계 ‘한국형 스마트팜’

스마트팜은 농작물 재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온도, 습도, 일조량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미래형 농장이다. 최근 국내 농업 관련 산업의 키워드도 스마트 재배, 고품질(신선도, 맛), 생산·효율성 등으로 압축된다. 농촌 인구가 감소하는 데다 고령화 추세까지 겹치는 현재 상황에서 ICT를 이용해 ‘곡물 자급률 하락’이라는 농업 산업의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스마트팜 R&D는 초보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네덜란드, 일본 등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팜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재배 작물 품목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 및 경비 절감을 이루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발표한 ‘스마트팜 기술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팜 시스템은 주로 환경정보(온·습도, 조도 등)를 기반으로 재배시설을 제어하는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재배 작물을 단계별로 정밀하게 관리 및 진단하는 R&D는 걸음마 단계다.

스마트팜을 꾸리는 주요 부품도 대부분 외국산이다. 이 때문에 작은 고장에도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 농가 재배 생육정보 데이터가 네덜란드 등 시스템 부품 사업 국가로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LG CNS 측은 “스마트 바이오파크 프로젝트도 결국 주요 장비의 국산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한국형 스마트팜 설비 및 솔루션을 개발해 국내 농가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 1차 목표, 향후 해외 시설원예 설비시장에 대한 수출 모델로 삼는 것이 2차 목표”라고 말했다.

:: 스마트팜(smart farm) ::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닐하우스, 과수원, 축사 등에 적용해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산 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하는 농장. 기존 비닐하우스보다 9∼12배 생산성 향상, 난방비 자재비 등 운영비용 절감, 안정적 수익 창출 등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 가능.
 
서동일 dong@donga.com·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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