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이젠 숫자-속도 벗어나 ‘성장의 틀’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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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상의 회장, 제주포럼 개회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대 국회 개원 후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한 분 한 분을 찾아뵈니 주요 현안에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정부와 국회도 평행선을 달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롯데호텔에서 개막한 ‘제41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회사를 통해 “소통의 노력을 더하니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5월 말 20대 국회가 개원한 뒤 6월 한 달간 총 6일에 걸쳐 국회의장단과 여야 4당 지도부, 주요 경제상임위원장 등을 연이어 방문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며 경제 활성화에 대해 협조를 구했다.

이날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제주포럼에서는 글로벌 석학과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가 나아갈 미래의 길을 제시한다. 행사엔 전국상의 회장단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고성환 STX엔진 사장, 홍순직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이동휘 삼성물산 사장 등 기업인 650여 명이 참석했다.
○ 소통 가능성 엿봤지만 규제 법안은 아쉬워

대한상의를 비롯한 38개 경제단체 및 업종별 협회는 19대 국회 회기 만료를 앞둔 올해 1월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본부’를 꾸린 뒤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처리를 촉구했지만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이날 박 회장은 20대 국회와의 소통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우리가 변화해야 하지만, 여러 이유로 변화 속도가 느린 경우가 있다”며 “소통의 틀을 바꿈으로써 서로에 대한 걱정과 우려, 의문과 불신을 털고 절충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 변화의 속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법안들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박 회장은 “최근 쏟아지는 규제 입법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제도와 권리의 본질을 흐리거나 해외에는 사례가 없는 과도한 입법은 아닌지 우리가 그 필요성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를 만드는 분들이 기업들이 성숙한 경제 주체라는 점을 인정해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고, 기업 스스로 변할 수 있게 얽히고설킨 규제들을 과감히 걷어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성장 소통 제도’ 세 가지 틀 바꿔야

박 회장은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에 대해 “변화하려는 의지만큼이나 혁신의 속도는 나지 않고, 급변하는 글로벌 리스크에 불안해하는 모습도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담론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우리 경제에 부여된 과제는 무엇인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어떤 제도가 필요할지에 대해 이야기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3가지 방향으로 ‘성장’ ‘소통’ ‘제도’의 틀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지난 50여 년간 ‘고도성장’이 한국 경제의 최고 목표였지만, 경제가 성숙한 오늘날은 국내총생산(GDP)을 몇 퍼센트 더 올리는지가 목표의 전부는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회장은 “숫자 중심, 속도 중심의 목표에서 벗어나 성장의 내용이 지속 가능한지, 사회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는지를 반영하는 성장의 틀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회장은 선진 규범과 관행, 신뢰와 팀워크 같은 ‘무형의 자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만 지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업들 스스로가 법보다 엄격한 규범을 만들어서 솔선하고 실천하고, 또 자진해서 옳은 행동에 나서려는 노력이 더 배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박용만#제주포럼#개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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