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미분양까지 ‘양극화’ 심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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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 우려에도 수도권 6개월 연속 감소… 지방은 석달째 증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이 최근 6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과잉 우려로 경기지역 택지지구 등에서 대거 미분양이 발생할 것이라는 연초 예상과 달리 미분양 규모가 평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반면 지방에서는 3개월째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분양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미분양 물량이 2만887채로 전달(2만2345채)보다 6.5% 줄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3만637채) 이후 6개월 연속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수도권에서만 40만 채 이상의 새 주택이 착공됐는데도 미분양 물량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지역 미분양이 507채로 전달(651채)보다 22.1% 줄었다. 주택시장 활황기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976채)의 절반 정도다. 경기와 인천의 미분양도 같은 기간 각각 6.0%, 6.6% 감소했다. 수도권에서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줄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6646채로 작년 동기(8286채)의 8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수도권 택지지구 등의 새 아파트 청약에 나서면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띤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73.9%로 조사가 시작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2월 시작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신규 분양 주택의 중도금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대출 여력이 줄어든 수요자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의 미분양은 올 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 물량은 3만4569채로 전달(3만1471채)보다 9.8%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1만3710채)의 2.5배로 늘어난 수치다. 지방 미분양 규모는 2월(3만132채) 이후 3개월 연속으로 커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지난해 분양 경기가 활황이었던 지역들의 미분양 주택이 최근 크게 늘어난 데 주목한다. 광주와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울산의 미분양은 한 달 새 각각 29.2%, 171.3% 증가했다. 경남과 경북의 미분양도 각각 28.0%, 18.2% 늘었다. ‘완판 보증수표’로 꼽히던 도심 재개발 아파트 등에서 올 들어 미분양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청약을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의 이 같은 지역별 온도 차가 한동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반면 지방에서는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도권에서 건설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2만222채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7% 줄었다. 같은 기간 지방의 인허가 물량은 15.6% 늘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최근 새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지방 혁신도시 등에서는 완공 이후에도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입주 대란’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외지인의 거주 수요가 꾸준하게 유입되지 않는 곳에 투자 목적으로 청약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아파트#미분양#공급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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