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3 17배-티볼리 11배 기준 초과… 경유차 ‘오염주범’ 눈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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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클린디젤’ 신화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후속 조치로 지난해 12월∼올 4월 국내 시판 중인 경유차량 20종이 실제 주행 환경에서 배출가스를 얼마나 내뿜는지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닛산 수입 차량의 배출가스 장치 조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주행 시간이 길어지고 엔진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 엔진과 부속품들을 열기로부터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의 작동을 중단시키는 것으로 다른 차량도 비슷한 설정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일반적으로 다른 차량의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는 흡기 온도가 섭씨 50도에 이를 경우에 멈췄는데 ‘캐시카이’의 경우 35도에서 멈췄다”며 “이렇게 낮은 온도에 장치 작동을 중단시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환경부는 실내 인증모드 반복시험과 엔진 과부하 조건 실험을 한 결과 캐시카이가 이미 조작으로 판정된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차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로 인해 클린디젤(청정경유)로 불리며 연료소비효율과 대기환경 보호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차량으로 불리는 ‘유로6’ 경유차에 대한 불신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조사한 20종 차량은 ‘저공해 차량’으로 분류돼 국내에서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돼 온 유로6 기준의 경유차량이기 때문이다. 닛산 등 19종의 차량에서 배출가스가 실내 인증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BMW 520d 모델만 실내 인증 기준을 만족했다.

가장 많은 양의 배출가스를 내뿜은 캐시카이 외에 르노삼성의 QM3도 인증 기준보다 무려 17배 많은 km당 1.36g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국내 경유차량인 현대 쏘나타(0.36g/km)와 기아 스포티지(0.43g/km), 쌍용 티볼리(0.86g/km)도 각각 실내 인증 기준치와 비교해 약 4.5배, 5.4배, 10.7배가량 도로에서 더 많은 배출가스를 뿜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폴크스바겐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닛산의 경유차량인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조작 논란이 일자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 미칠 파장에 대해 긴장하는 분위기다. 향후 정부가 경유차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여 경유차 판매 비중이 큰 수입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새로 등록된 수입 자동차 중 경유차량은 1만1338대로 전체 등록 차량의 63.5%를 차지한다.

경유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와 스모그의 원인 물질로 꼽힌다. 선진국에서는 지난해 폴크스바겐 사태 이후 경유차 판매가 줄었다.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경유차 판매가 줄어들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경유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 올 1∼4월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경유차는 4만97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했다.

정부는 내년 9월부터 3.5t 미만의 소형차에 대해 기존 실내 인증뿐만 아니라 실제 도로 조건에서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도입할 방침이나 기존에 판매된 차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만큼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정부는 우선 경유차를 ‘환경 친화 차량’ 범주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저공해차로 지금까지 면제한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라는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약속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캐시카이의 허위·과장 광고 혐의를 조사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6일 “한국닛산의 캐시카이도 폴크스바겐처럼 명확한 허위·과장 문구가 있다면 본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는 폴크스바겐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임현석 lhs@donga.com·신수정 기자
#qm3#티볼리#경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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