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할인 끝나도 같은 값… ‘대형마트의 배신’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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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소비자경제부
김성모·소비자경제부
‘최대 50% 할인’ ‘설 특별 혜택’….

요즘 국내 대형마트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고문구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이 무렵에 대형마트들이 할인행사를 하면서 눈속임이나 꼼수를 부리지는 않는지 점검한 바 있다. 할인행사가 끝났는데도 세일 때의 가격과 똑같거나 오히려 더 싸진 것이 적지 않았다. 제품의 가격을 높여놓고 싸게 파는 것처럼 꼼수를 부렸던 것이다.(2015년 3월 16일자 A1·4·5면 참조)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올해는 이런 관행이 바뀌었을까 궁금했다. 1월 20일과 21일, 그리고 27일과 28일 네 차례에 걸쳐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매장을 찾았다. 아쉽게도 꼼수는 남아 있었다. 20일과 27일은 한 주의 할인행사가 끝나는 날이다. 21일과 28일에는 제품 가격이 정가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20일까지 7580원에 팔던 ‘호박고구마 2kg’과 1만8900원에 팔던 ‘사과 30입 이내’는 21일에도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28일 2차 조사에서는 그 전날까지 할인 중이던 63개 제품 가운데 13개 제품의 가격이 그대로였다. 물론 할인 문구는 쏙 빠져 있었다.

왜 이런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업체 측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급 사정 때문에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한다. 가격 꼼수를 부리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체 사정도 이해는 간다. 공급량이 갑자기 늘어 이웃 마트에서 가격을 내리면 뒤따라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애초에 낮은 가격으로 들여왔다 덜 팔리는 바람에 가격을 미처 바꾸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경우라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진 못한다. 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모 씨(31)는 “사정이야 있겠지만 세일이 끝나도 가격이 바뀌지 않았다니 속았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대형마트를 많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제품이 저렴하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형마트가 아무리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더라도 100원, 50원 따져가며 사는 고객들에게까지 꼼수를 부리는 것은 옳지 않다. 소비자들은 언제든지 온라인몰, 홈쇼핑, 재래시장, 산지 직거래로 눈 돌릴 수 있다. 신뢰를 잃으면 고객을 잃는다.

김성모·소비자경제부 mo@donga.com
#대형마트#소비자#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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