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신화 카페베네의 ‘쓴맛’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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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새해 특집]사모펀드가 지분 84% 확보
김선권 회장 경영권 넘어가… 무리한 확장-입맛 외면이 화근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카페베네의 경영권이 지난해 12월 30일 김선권 회장(48)에서 토종 사모펀드로 넘어갔다. 한국 프랜차이즈의 성공신화로 꼽혀온 카페베네의 경영권이 7년 8개월 만에 바뀐 데 대해 업계에서는 “예견된 사태”라는 반응이다.

31일 카페베네에 따르면 사모펀드 K3제5호가 카페베네 지분 84.2%를 확보(최대 주주)하면서 김 회장의 지분은 기존 49.5%에서 7.3%가 됐다. 2008년 서울 강동구 천호동 1호점을 시작으로 2010년대 초 커피 프랜차이즈 1위 자리까지 올랐던 카페베네의 오너가 바뀐 것이다.

소유권이 넘어간 가장 큰 이유는 카페베네의 수익성 악화와 1000%를 넘나드는 부채 때문이다. 카페베네의 매출은 2012년 2108억 원에서 2014년 1463억 원, 지난해 959억 원(3분기 기준)까지 계속 쪼그라들었다. 부채 비율은 2014년 711.1%(1433억 원)까지 높아졌다. 특히 2014년에는 당기순손실 75억 원을 기록했다.

카페베네는 간접광고(PPL)와 스타 마케팅으로 단기간에 커피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지만 해외 브랜드와 후발 업체들에 밀리면서 2012년부터 사업이 어려워졌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선점한 스타벅스나 저가 시장을 잡은 이디야처럼 개성이 있어야 했는데 카페베네는 그 사이에서 확고한 특징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대 수입원인 가맹점 증가에 따른 수익도 가맹점 확대 속도가 떨어지면서 악화됐다. 카페베네 국내 매장 수는 2011년 670개에서 2012년에 170개, 2013년에 67개가 추가됐으나 2014년에는 21개로 속도가 뚝 떨어졌으며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오히려 28개 감소했다. 또 중국(400곳)을 비롯해 동남아 및 중동 지역(총 500개 이상)까지 해외에 진출했지만 적자를 나타냈다. 레스토랑(블랙스미스)과 드러그스토어(디셈버24), 제과점(마인츠돔) 등 확장한 사업도 현재 모두 정리한 상태다.

가장 중요한 커피의 맛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커피전문점 만족도 조사(매출 상위 7개 커피전문점)의 맛 항목에서 카페베네는 5위였다.

업계에서는 카페베네의 성공과 하락이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카페베네가 단기간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1인당 매출액이 스타벅스의 30% 수준에 불과했다”며 “사모펀드가 인수한 것은 그만큼 경영 효율을 높일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부 자본 수혈이 그동안 주먹구구식 운영을 하던 프랜차이즈 업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의 새 주인인 K3제5호는 새로운 경영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해당 사모펀드 관계자는 “본사뿐 아니라 가맹점주들이 함께 생존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카페베네 점주는 “그동안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차라리 전문경영인에게 넘어간 것이 잘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박재명 기자
#카페베네#커피#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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