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조영달]연천도 수도권인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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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 사회부 기자
조영달 사회부 기자
“연천군이 수도권이라고? 정말 그렇게 보여요?”

얼마 전 군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규선 경기 연천군수가 기자에게 물었다. 기자가 알기로 분명 연천군은 수도권이다. 지리적으로 강원도와 가깝기는 해도 행정구역상 엄연히 경기도 31개 시군 중 하나다. 하지만 김 군수의 말은 달랐다. “경기도라는 이유로 수도권이라고 하지만 그 흔한 영화관 하나 없어요. 병원을 가려 해도 차로 1시간은 가야 합니다. 여긴 수도권이 아니고 그냥 연천군이에요.”

연천군은 지리적으로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30여 년간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수정법은 인구와 산업이 과도하게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1982년 제정됐다. 이 때문에 연천군에 기업이나 대학 유치는 꿈도 꾸지 못한다.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 보니 사람들은 떠나가고 남은 주민은 대부분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1980년대까지 7만 명에 가까웠던 인구는 현재 4만5000명으로 줄었다.

이뿐 아니다. 군사시설보호법 등 이중 삼중의 규제로 연천군은 황폐화됐다. 연천군 면적 695km² 중 98%(682km²)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5개 사단의 작전 지역이고 대대급 이상 군부대 90곳과 포사격장 16곳이 있다. 1년 365일 중 200일 이상 군사훈련이 실시된다. 내 땅에 화장실을 짓는 것조차 군부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 보니 옛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1960년대 주택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은 오히려 비수도권보다 못한 낙후지역이다.

연천군이 침체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국방부가 연천군에 행정위임한 군사시설보호구역의 35% 정도는 협의를 통해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33년 만에 수도권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16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연천군 가평군 등 수도권 낙후지역의 규제를 완화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필요하면 지역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수도권이라고 해서 획일적인 잣대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평가해서 낙후지역은 수도권 범위에서 빼거나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고 방향만 나왔다. 하지만 비수도권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다. 비수도권 14개 시도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에 돌입할 태세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대결 구도로 이어지며 자칫 지역 간 갈등 양상으로 번질까 우려된다. 당장 수도권 전체의 규제 완화를 하자는 게 아니다. 연천군 가평군 같은 낙후지역의 규제만이라도 우선 풀자는 것이다. 그것만이 60년 넘는 세월 동안 접경지역에서 불편을 감내하며 살아온 주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도리다.

결국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다. ‘지금처럼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낙후지역을 억제할 것인지’ 아니면 ‘규제를 완화해 지역 개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 정부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조영달 사회부 기자 dalsarang@donga.com
#연천군#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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