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도권만 뺀 ‘규제 프리존’으로 글로벌경쟁 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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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 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 그동안 금기시했던 몇 가지 민감한 내용을 포함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규제 프리존’을 도입하는 방안과 경기 동북부 낙후지역을 수도권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해외 우수 인력의 국내 취업과 이민 장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 10만 ha 해제, 실질 경제성장률 외에 경상성장률도 함께 관리하는 방안도 들어갔다. 대내외 악재를 감안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3.5%에서 3.1%로 낮췄다.

규제 프리존은 14개 시도에 각각 2개씩(세종시는 1개) 모두 27개의 지역전략산업을 선정해 업종, 입지, 융복합 등에 관한 핵심 규제를 철폐하고 재정 금융 세제 인력을 집중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요가 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것은 규제혁파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를 규제 단두대에 올려서 과감하게 풀자”며 올해 안으로 시한까지 못 박았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내용을 보면 대통령의 다짐이 무색하다.

일본은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에 따른 장기불황과 기업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하자 1998년 국토정책의 기조를 ‘수도권 억제-지방 지원’에서 ‘대도시 중심의 자립적 균형’으로 전환했다. 특히 2010년과 2013년 내놓은 국제전략종합특구와 국가전략특구 제도를 통해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규제를 대폭 없애고 메가시티 기능을 강화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 만에 인접한 지바 현 지바 시가 세계 첫 드론(무인비행기)택배 상용화 계획을 마련하자 건의를 받은 지 한 달 만인 15일 국가전략특구회의에서 지바 시를 드론택배 전략특구로 지정하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내각에 즉각 지시했다. 한일 두 나라의 규제혁파 내용과 속도에서 드러난 차이가 국가경쟁력의 차이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아 걱정스럽다.

정보기술(IT) 및 지식집약사업이 주요 도시의 클러스터로 몰리면서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도권 규제를 잇달아 철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33년 넘게 수도권 규제가 철옹성처럼 버티면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6년간 수도권 규제 등으로 기업이 공장 신증설 투자 시기를 놓쳐 3조3000억 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이나 중국의 큰 주나 성보다 좁은 한국 땅에서 어디는 공장 신증설이 되고 다른 곳은 안 된다는 것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구조개혁 분야는 특별히 눈에 띄는 내용을 찾기 어렵다. 사퇴가 임박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강조한 경기회복과 규제개혁의 ‘두 마리 사자’를 잡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기 경기 활성화도 소홀히 할 순 없지만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획기적인 규제혁파 없이는 경제의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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