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시장 빅뱅… 갈길 먼 국내 생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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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기업, 독자 기기-플랫폼 구축… 가상현실 산업 조성 나서지만
한국은 스마트폰 판매 활용 그쳐… 국가 차원의 콘텐츠 전략 시급

23일 경기 과천시 상하벌로 국립과천과학관에 마련된 ‘석굴암 가상현실(VR) 체험관’에서 여학생들이 VR 기기를 착용한 채 가상현실 속 석굴암 본존불을 지켜보고 있다. 피알코리아㈜ 제공
23일 경기 과천시 상하벌로 국립과천과학관에 마련된 ‘석굴암 가상현실(VR) 체험관’에서 여학생들이 VR 기기를 착용한 채 가상현실 속 석굴암 본존불을 지켜보고 있다. 피알코리아㈜ 제공
23일 ‘SF(공상과학) 과학축제’가 열리고 있는 경기 과천시 상하벌로 국립과천과학관 내 가상현실(VR) 미니영화관. 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어디 봐’라는 VR 영화를 틀자 여배우가 등장해 여자 친구인 양 말을 걸었다.

전후좌우로 고개를 돌려봤다. VR 영상 속 화면이 이어졌다. 오른쪽에 새로 등장한 배우를 쳐다보자 처음에 등장한 여배우가 “어디 봐”라고 말하며 토라졌다. 5분 체험이었지만 몰입감은 컸다.

VR 기기나 콘텐츠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케츠 앤드 마케츠는 VR 관련 시장규모를 2015년 22억5600만 달러(약 2조5447억 원)에서 2020년 100억8000만 달러(약 11조3702억 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99달러(약 11만 원)짜리 VR 기기 ‘기어 VR’를 선보인다. 내년 상반기(1∼6월)에는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모피어스 등 글로벌 기업 제품이 잇따라 나올 예정이이다.

○ VR 생태계 조성하는 미국과 중국 기업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VR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미국은 페이스북과 구글이, 중국은 베이징바오펑모징(北京暴風魔鏡)이 각각 독자 VR 기기 및 콘텐츠 마켓(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3월 인수한 오큘러스는 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와 VR 플랫폼 ‘오큘러스 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 이용자는 이 플랫폼을 통해서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현재 105개의 VR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

구글은 VR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14년 6월 VR 기기(카드보드) 제작 방법을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했다. 제작비용은 약 1만 원. 5월 현재 100만 대가량이 이용되고 있다. 기기 보급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등이 구축한 플랫폼도 커지고 있다. 5월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한 VR 앱은 500개가 넘는다.

베이징바오펑모징도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1만∼3만 원대 VR 기기 ‘바오펑모징’을 선보인 뒤 자체 플랫폼을 마련하는 등 VR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 대기업은 VR 생태계 마련, 정부는 VR 콘텐츠 산업 육성해야

반면 한국에서는 VR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주체가 사실상 없다. 삼성 기어 VR는 오큘러스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돼 있다. 기기도 오큘러스와의 합작품이다. 국내에서 VR 생태계를 구축하기보다 최신 스마트폰을 더 판매하기 위해 VR 기기를 활용한다. LG전자는 2월 일부 고객에게 VR 기기를 무상 제공한 이래 후속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국가적 차원의 성장동력 창출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관점에서 시장성이 높은 VR 산업에 과감히 투자해 VR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정삼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콘텐츠과장은 “대기업이 백화점, 영화관 등에서 VR 기기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중소 VR 콘텐츠 제작업체와 나눠 갖는 등 상생형 VR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소 VR 콘텐츠 기업에 부족한 기획 능력, 인적 네트워크 등을 보완해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기술(IT) 컨설팅업체 위즐리앤컴퍼니 위원식 상무는 “정부가 한국에 강점이 있는 교육, 헬스케어 분야 VR 콘텐츠 제작에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며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를 대기업이 조성한 글로벌 콘텐츠 마켓에 납품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vr#생태계#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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