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글로벌 경쟁력 강화 본격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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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가 미국의 대표적인 채권지수 관련 사업을 매각하려고 하자 세계 각국의 증권거래소들이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군침만 삼켜야 했다. 보유 현금자산 5500억 원으로는 매각대금(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래소 측은 “거래소가 증시에 상장돼 있지 않다 보니 신주 발행 등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결국 포기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2000년 6월 아시아 거래소 중 가장 먼저 기업공개(IPO)에 나선 홍콩거래소는 빠른 속도로 덩치를 불렸다. 2012년엔 세계 최대 금속거래소인 런던금속거래소를 22억6000만 달러에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상하이거래소와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이 시행된 뒤엔 거래대금이 세계 6위 규모로 성장했다.

세계 거래소들의 국경을 넘나드는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한발 뒤졌던 한국거래소도 지주회사 전환과 IPO를 내용으로 하는 구조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출사표를 냈다.

○ 글로벌 ‘거래소 전쟁’에서 뒤처진 한국

세계 주요 거래소들은 2000년대 들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IPO에 나서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증권거래소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파생상품청산소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 상하이거래소와 데이터 공동 이용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싱가포르거래소의 지분 5%를 가진 일본거래소는 4월부터 싱가포르거래소와 교차거래를 시작했다. 유럽파생상품거래소도 싱가포르거래소와 손잡고 내년까지 파생상품거래사무소를 세우기로 했다. 2013년 뉴욕증권거래소를 인수해 세계 최대 거래소로 거듭난 런던상품거래소(ICE)는 일찌감치 싱가포르상업거래소를 사들였다. 지주회사 체제의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력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일본거래소는 2013년에 IPO를 마무리했다.

2009년부터 6년간 공공기관으로 묶였던 한국거래소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2011년 세계 1위였던 파생상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11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거래소의 전체 순이익은 2602억 원에서 456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업이 국내에 한정된 데다 매매수수료 중심의 단순한 수익구조에 의존해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도 4%에 그쳤다. 홍콩(24%) 싱가포르(35%)와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 “거래소 구조 개편 속도 높여야”

최근 한국거래소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IPO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가칭 ‘한국거래소지주’를 설립해 거래소를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하고 지주 산하에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거래소를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내용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르면 다음 달 이런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연내에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 내년 1분기 중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내년 하반기에 IPO를 완료한다는 게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계획이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IPO가 이뤄지면 해외 거래소와 지분 교환, 연계 거래 등을 통해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면서 “더 나아가 해외 거래소를 인수하거나 합작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길재욱 한양대 교수(경영학부)는 “이번에 기회를 놓친다면 거래소와 한국 자본시장이 퇴보할 것”이라며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과 국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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