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대학생에게 문턱 높은 정부 창업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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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규 강원대 화학공학과 교수 전 강원대 공대 학장
이원규 강원대 화학공학과 교수 전 강원대 공대 학장
며칠 전 연구실로 한 학생이 풀이 죽어 들어 왔다.

“교수님, 저 탈락했어요.” “그래! 그동안 고생 많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아. 용기를 내서 다시 하자.”

그동안 청년 창업과 관련해 오랫동안 준비하고 여러 과정을 힘들게 거쳤으나 최종적으로 창업아이템사업화 과제에 탈락한 학생과의 대화였다. 이 학생이 앞으로 다시 용기를 내 창업에 도전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주 어렵다고 본다. 이 학생은 최종 평가에 학생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고 한다. 평가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업화 방안 질의응답이 이뤄져 경험이 부족한 학생으로서 대답하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라 짐작이 간다. 주눅이 들고 난감했을 것이다. 다시는 같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을 터이다.

필자는 학생들이 창업을 해 보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조차도 대단한 결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 후 여러 미지의 과정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 것인가. 지금 지역의 여러 대학교에는 창업지원단이 구성돼 창업 교육과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이런 기관이 그 지역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제 창업에 이르게 도와준 실적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앞선 학생과 같이 창업 과제 평가는 창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선정하고 평가자 또한 이런 경험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한다. 경험이 적고 미숙한 학생들은 창업 지원 대열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대학생 취업난이 가중되고 그 대안으로 청년 창업을 범정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학생들의 창업률은 정부 지원만큼 효율적으로 증가하고 있는가? 학생들은 경험이 부족하므로 적극적 창업 보육의 대상으로 지원하고 관리해야 한다. 창업 과제 선정에서도 학생 지원자를 별도로 평가함으로써 선정률을 높여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학생 창업은 청년 실업과 국가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창업지원평가시스템이 학생들을 위해 유연한 방향으로 변하지 않으면 더는 학생들의 창업 관심과 참여를 이끌기 어려워질 것이다. “창업해라, 그리고 너희들의 꿈을 넓게 펼쳐라”라고 말하기가 당분간 어려울 듯하다. 실제로 보여 줄 것이 없으니.

이원규 강원대 화학공학과 교수 전 강원대 공대 학장
#대학생#문턱#정부 창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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