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뭉칫돈 1조 순유입… 국내 주식형펀드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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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났던 투자자들, 코스피 조정에 6월부터 귀환 행렬
저금리 투자처로 부상… 전문가 “중소형주펀드 주목을”

은행 예·적금으로 재테크를 주로 해오던 주부 이모 씨(42)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예금 3000만 원을 찾아 국내 주식형펀드에 가입했다. 연 1%대 금리로는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최근 국내 증시가 한풀 꺾여 추가 하락의 위험이 크지 않다는 은행 직원의 말에 이 씨는 펀드에 투자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직원이 해외 펀드도 권했지만 그리스 사태가 심각하고 중국 증시도 폭락하고 있어 국내 펀드를 택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국내 주식형펀드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5개월간 이어졌던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순유출 행진이 지난달 순유입으로 반전되며 1조 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기준금리가 1.5%인 초저금리시대가 열리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국내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또 국내외 악재에 코스피가 조정을 받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공모 주식형펀드에 1조19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월간 기준으로 올해 처음으로 자금이 순유입된 것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올 들어 5월까지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자금 순유출이 계속되며 5개월 동안 7조5298억 원이 빠져나간 바 있다. 특히 코스피가 3년 8개월 만에 2,100 선을 돌파한 4월에는 대규모 환매가 이어지면서 한 달간 3조6309억 원이 이탈했다.

하지만 6월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순유출된 날은 단 2일이었다. 지난달 10일부터는 14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입돼 7291억 원이 몰렸다.

지난달 중순 미국 금리인상 논란,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에 메르스 악재까지 겹치며 코스피가 2,020 선까지 하락하자 앞서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이 다시 펀드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1.5%로 떨어진 점이 펀드 투자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춘 11일부터 국내 주식형펀드의 하루 순유입 규모는 400억 원 이상으로 커졌다. 김태훈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중소형주가 증시 상승세를 이끌면서 펀드도 중소형주 펀드의 성과가 좋고 자금 유입도 훨씬 많다”며 “국내 펀드 투자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기업 실적이 꺾이기 전까지 중소형주 펀드를 눈여겨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상 최저 금리에 증시로 눈 돌리는 투자자가 늘면서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29일 현재 투자자예탁금은 22조7857억 원으로 종전 최대치인 2011년 8월의 22조6552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16조 원대였던 투자자예탁금은 4월 20조 원대를 넘어선 뒤 꾸준히 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이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았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자금이다. 투자자예탁금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거래가 활발해졌다는 뜻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트라우마로 주식자산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선호가 낮았지만 이제는 초저금리로 위험자산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주식형펀드, 주식에 대한 투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주식#펀드#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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